증시가 향후 진로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지난 4월 말 이래 진행되고 있는 조정국면에서 뉴욕증시 불안, 달러/원 환율급락, IT경기회복 지연 등 악재를 반영한 이후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시원스런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위로도 아래로도 꽉 막힌 장세가 전개되고 있는 것. 박스권의 중반부에 위치한 지수는 반도체 가격 상승 같은 호재나 S-Oil의 분식회계 따위의 돌발악재에도 뚜렷한 반응을 주저하고 있다. 증시는 당분간 제한된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방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박스권 대응 전략을 유지하되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기술적 추세전환, 뉴욕증시 바닥확인 여부 등에 따라 드러낼 향방을 주시할 시점이다. ◆ 기술적 전환 여부 주목 = 기술적으로는 종합지수 20일 이동평균선의 상승전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기 추세선인 20일선이 오름세로 돌아설 경우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종합지수 20일선은 지난해 9.11 미국테러 사태 이후 줄곧 지수상승을 지원하며 6개월 연속 양봉 형성과 상승 추세를 같이했고 이후 증시 조정과 함께 하락 추세를 그렸기 때문이다. 18일 현재 20일선은 을 가리키고 있다. 19일 종합지수가 777선에서 마감하면 상승세로 전환하게 된다. 지수가 상승할 경우 20일선이 저항선에서 지지선으로 역할을 바꿔 추세 전환을 선도할 가능성이 타진되는 셈이다. 한화증권 시황분석팀 조덕현 차장은 “기술적으로만 놓고 볼때 현재 박스권은 20일선과 120일선 사이에서 등락이 반복되고 있는 모양”이라며 “20일선이 상승 전환하면 기술적 자신감이 증가하고 800선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펀더멘털 기대, 삼성전자 = 7월 최대의 화두로 제시된 2/4분기 기업실적은 기대와 달리 별다른 모멘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SK텔레콤, SBS 등 업종대표 기업이 사상최대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D램업체인 삼성전자가 2/4분기 성적표를 공개한다. 삼성그룹이 내놓은 실적자료로 추정할 때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3/4분기 실적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삼성전자가 실적 모멘텀을 되살려낼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만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것과 맞춰 지수가 조정국면에 들어간 기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분석팀장은 “시장의 기대는 이미 3분기에 놓여있지만 삼성전자가 저평가돼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며 “국내 기업의 실적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 만큼 해외변수가 안정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뉴욕증시 안정 가능성 = 해외변수를 ‘총괄’하는 뉴욕증시도 바닥확인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오른다. 목요일 뉴욕증시는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 초반 내놓은 긍정적인 전망을 차분히 되새겨 받아들일 시기를 맞는다. 뉴욕증시가 수차례의 매도 클라이막스를 거쳐 바닥 다지기에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중동지역 위기 고조 등 추가적인 돌발악재와 경기 우려로 골을 깊게 파고 들어갈 것인지에 따라 국내증시도 지수의 레베업, 다운에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목요일 뉴욕증시는 경기선행지수 등 경제지표와 다임러클라시슬러 등의 기업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며 출렁일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장 종료 후 나올 마이크로소프트의 분기 실적이 최대 관심이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임세찬 분석역은 “그린스팬 의장이 회계불투명성 등으로 상실된 경제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되살려낸 상황에서 기업실적이나 경제지표가 전망치를 상회할 경우 뉴욕증시에도 바닥권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