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영화 "긴급조치19호"와 "라이터를 켜라"가 흥행 맞대결을 벌인다. 두 영화는 넉넉한 웃음으로 권력을 조롱하고 세태를 풍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긴급조치 19호"에는 김장훈 홍경민 등 국내 유명가수들이 대거 출연했고 "라이터를 켜라"는 차승원과 김승우 등 투톱의 연기력을 내세워 관객몰이에 나선다. [ 긴급조치 19호 ] 코미디 "긴급조치19호"(김태규 감독)는 정치권력과 소시민의 계층간 반목,아버지와 딸의 세대간 갈등구조를 통해 독재권력의 실체를 조롱한다. 긴급조치는 박정희정권이 독재기반 강화를 위해 취한 일련의 특별조치. 영화 "긴급조치19호"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시민들의 노래를 금지시키고 가수를 잡아들이자 이에 항의한다는 내용이 골격이다. 마이클 잭슨이 팬들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대통령에 당선되자 이 땅의 대통령도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무계한 설정은 이전의 긴급조치들이 기실 이와 비슷한 것이었음을 암시한다. 실제 가수 김장훈과 홍경민이 주역을 맡고 핑클 주영훈 강타 클릭B 베이비복스 NRG 샤크라 하리수 코요태 신화 등 국내 유명가수들이 조역과 단역으로 출연한다. 가수입건조치가 내려진 뒤,출연진들의 행태는 실로 다채롭다. 김장훈과 홍경민 등 인기가수들은 팬클럽의 도움을 받아 은신하거나 도망친다. 핑클은 오히려 계엄군 팬들로부터 보호받는다. 겁많고 소심한 주영훈은 계엄군편에 서서 동료들을 밀고한다. 송은이 양진석 등 덜 알려진 가수들은 "나도 가수"라며 스스로 투항한다. 차라리 체포돼 가수로 인정받음으로써 무명의 설움을 보상받겠다는 심리다. 여기에 긴급조치의 주역인 대통령 비서실장 김도철(노주현)과 그의 딸이자 팬클럽 리더 민지(공효진)의 대결구도가 곁들여진다. 김도철이 억압적인 권력의 화신이라면 민지는 자유를 대변한다. 스타들의 신변잡기와 관련된 대사들은 코믹하다. 밀고자 주영훈에게 친구들은 "그러니까 여자에게 채이지"라고 말한다. 물론 주영훈의 실연 내막과 관련된 농담이다. 트랜스젠더 하리수는 영문도 모른채 경찰에 쫓기다가 "저,군대 면제라니까요"라고 소리친다. 가수 방실이는 김흥국에게 "이제 월드컵도 끝났는데 뭐 먹고 사냐"며 비꼰다. 주인공 공효진과 김장훈의 "반항연기"는 자연스럽다. 무기밀매상역인 원상연의 능청스런 거짓말도 일품이다. 그러나 일부 장면들은 지나치게 과장돼 흐름을 끊는다. 신화는 고문당하다가 돌연 군인과 한바탕 싸우고,싸이는 구속되면서 과장된 표정으로 "난 대마야"(대마초로 입건된다는 뜻)라고 외친다. 기둥줄거리에 억지상황이 많은 만큼 각 에피소드가 실제와 비슷해야 리얼리티가 살아나지만 이 영화에선 그런 점들이 미흡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