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차기총재로 내정된 장-클로드트리셰 프랑스중앙은행총재가 재판명령을 받았다. 프랑스 법원 예심판사인 필립 쿠루아는 16일 트리셰 총재 등 전직 재무관리와국영은행이었던 크레디리오네 최고 경영자들이 이 은행의 파산위기 처리와 관련해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명령했다. 트리셰 총재는 내년 7월 사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빔 두이젠베르크 현 ECB 총재의 후임자로 내정된 인물이다. 트리셰 총재는 법정에 설 경우 ECB 총재직을 맡는 데 큰 차질이 빚어지고 유럽경제에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는 ECB 총재직을 따내기 위해 유럽연합(EU) 회원국간에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트리셰 총재에 대한 재판 명령에도 불구하고 그를 ECB 차기 총재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 90년대 초 유럽 최대의 은행이었던 크리데리오네의 파산위기 때 재무부 이재국장을 지냈으며 이 은행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회계정보를 시장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영은행이었던 크레디리오네는 지나친 해외확장, 방만한 대출 등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으며 3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끝에 민영화됐다. 쿠루아 예심판사는 트리셰 총재 외에 프랑스중앙은행총재와 국제통화기금(IMF)총재를 지냈던 자크 드 라로지에르, 사건당시 크리데리오네 최고경영자들이었던 장-이브 아브레, 프랑수아 질 등 거물 경제인들에게 줄줄이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명령했다. 트리셰총재 등은 파리시 검찰이 쿠루아 예심판사의 명령에 불복해 항소하면 재판을 면할 수 있으나 그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통적인 경제정책과 보수적인 통화관리를 고수하는 트리셰 총재는 유럽 최고의은행총재 중 한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EU 회원국들의 재정적자 한도를 정하고 있는성장안정협약 기초 때 엄격한 규정을 고집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과 충돌한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는 ECB 출범 때 초대 총재를 자국에서 배출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독일의 견재로 네덜란드 출신의 현 두이젠베르크 총재가 선임됐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