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의 시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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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제한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종합지수가 단기간 100포인트 가량 급등한 이후 800선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지난달 말 이래 국내외 악재에 대한 내성을 기르며 형성한 지지선도 유효하다.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반도체가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으나 뉴욕증시의 바닥확인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달러/원 환율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펀더멘털 개선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내 기업의 2/4분기 실적은 양호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하반기 전망과 외부요인에 밀리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박스권 대응 전략을 권하고 있다. 추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적보다는 철저한 가격논리로 단기 대응하고 내수관련주 위주의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다만 반도체 가격 상승이 실적 모멘텀을 되살려낼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자. 또 최근 환율에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수출주에 대한 저가매수도 고려해 볼 만 하다.
◆ 인텔에서 삼성전자로 = 국내증시가 제헌절로 휴장하는 사이 미국에서는 증시에 손꼽히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회(FRB) 의장의 상하원 의회 증언이 예정돼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린스팬 의장이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경제 회복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혀 최근 회계조작 등으로 타격을 입고 하락하고 있는 증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시선은 그러나 신뢰성이 약화된 ‘그린스팬의 입’보다는 화요일 장 종료 후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내놓을 지난 분기 실적과 향후 전망에 비중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인텔은 지난달 6일 매출전망치를 기존 64억~70억달러에서 62억~65억달러로, 매출액이익률을 53%에서 49%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인텔의 실적이 전망범위 내에 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적이 기대치를 낮춘 수치이기는 하지만 인텔의 실적발표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반도체 모멘텀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오는 19일 삼성전자가 내놓을 2/4분기 경영성과 등이 인텔 발표와 맞물리면서 국내외 증시 실적 관련주의 기력회복과 상승효과로 이어질 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긍정적인 2분기 실적전망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3/4분기 전망에 주가의 발목을 잡혔다. 그러나 DDR을 중심으로 반도체 현물 가격의 급등세가 실적악화 우려를 상쇄해줄 가능성도 기대된다.
최근 LG전자, SK텔레콤 등이 국내 대표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고도 3분기 영업실적에 대한 우려로 급락하면서 실적주에 대한 기대감이 꺾여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성진경 연구원은 “뉴욕증시가 실적 발표 시즌을 거치면서 안정성을 찾으면 국내증시의 반등 탄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 실적이 양호한 종목을 중심으로 2차랠리를 대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 환율 과민반응 점검 = 지난해 말 지수 레벨업을 이끈 내수 우량주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내수관련주는 충분한 조정을 거친 데다 수익성이 담보되고 있다. 무엇보다 환율 급락에 따른 위험이 크지 않거나 수혜가 예상되는 강점이 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80원 내린 1,171.80원을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1월 21일 1,167.5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키며 거침없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같은 환율 급락은 수출회복 지연 우려로 이어지며 증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 삼성전기, 삼성SDI 등 수출주가 투자의견 하향과 함께 급락한 반면 태평양, 신세계, SK, 삼양사, LG석유화학 등 환율하락 수혜주는 단단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 하락과 주가 박스권’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환율수혜주 강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수출주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달러/엔 환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 약화에 비해 주가 낙폭이 깊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들어 15일 현재 수출 증가율이 2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증가한 54억7,400만달러를 가리켰다.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 관계자는 "수출 증가율만 놓고 보면 아직 환율 하락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기간을 두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직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 엔화와 동반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수출주의 과민 반응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수출주의 경우 급락함에 따라 기술적 반등이 예상되는 데다 추세전환시 탄력적인 모습도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하나경제연구소 곽영훈 연구위원은 “과거 경험을 볼 때 달러/원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속도와 미국경제 둔화 가능성이 문제”라면서 “달러화 약세가 미국의 실물경제보다 금융에서 시작된 것임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