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엔화와의 상관관계를 일단 접고 이틀 내리 상승, 1,180원대를 회복했다. 전날 정부의 직간접 개입으로 나흘만에 소폭 반등한 데 이어 이날 추가 개입으로 급락 심리는 한풀 꺾였다. 일부 국책은책 등의 매수세가 여전히 이어져 장중 1,180원대 지지 심리가 강화됐다. 시장은 이날 정부가 1∼2억달러 이상을 흡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116엔대로 내려섰음에도 정부의 강한 의지와 실행이 원화와 엔화간의 상관관계를 약화시켰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10원 이상에서 등락했다. 다만 업체 네고물량이 꾸준하게 공급되고 달러/엔의 하락세가 이어져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추가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연장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달러화 약세 정도와 물량 공급 여부에 따라 시장내 긴장감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80원을 둘러싼 눈치보기가 펼쳐지면서 위아래로 열린 흐름이 예상되는 셈.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30원 오른 1,182.8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186.90원, 저점은 1,179.00원으로 하루 환율변동폭은 7.90원을 기록했다. 개장초부터 1,180원 지지를 위한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 명의의 발언이 시장을 온종일 지배했다. 엔화와의 연계성을 지목하면서 시장 안정 대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공언한 정책당국의 발언에 시장 참가자들도 일방적인 달러매도 패턴을 뒤로 물렸다. 장중 SK텔레콤의 물량 공급 소식으로 오름폭이 축소될 기미가 있었으나 시장 중립적으로 이를 처리한다는 방침으로 다시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이뤄지면서 변동성은 확대되지 않았다. ◆ 달러화 약세 vs 정부 개입 = 정부가 직간접 개입을 통해 시장 분위기를 바꾸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중 포지션 판단을 통해 인위적으로 원-엔간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타이밍을 잡고 물량 흡수에 나서고 있다. 달러보유 업체들의 투매가 확실히 중단되고 결제가 나와야 일단 원-엔사이의 균열이 일어날 분위기가 조성돼나 달러화 약세가 계속 될 것으로 보여 쉽지만은 않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에 따라 달러/엔 하락이 이어지면 전 저점(1,171.50원)에 대한 테스트를 예상하고 위로는 정부의 개입강도와 지속여부에 따라 1,190원까지의 상승을 내다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 약세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강하게 입김을 불어넣어 투기적인 매도세가 줄었다"며 "국책은행도 개입성 매수세로 꾸준히 공급된 네고물량 등을 흡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어제, 오늘 반등을 거친 상태이긴 하나 달러/엔 하락 압력이 가중되면 하락세로 다시 돌아설 것"이라며 "일단 1,180원을 중심으로 눈치를 보면서 1,170∼1,190원 범위에서 등락이 예상되며 점차 하계 휴가철의 레인지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자율적 조정이라기보다 정부가 실수개입을 통해 환율을 끌어올린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정부가 어제 외평채 발행분을 고스란히 달러화로 흡수한 데다 오늘 오전 원-엔의 연결고리를 끊고자 하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며 반락시마다 물량을 흡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 정부에 대항할만한 세력이 없지만 트렌드를 바꾸지 못하면 원위치 할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관건은 달러/엔이 빠질 때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분위기를 whd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다음주는 다소 어렵게 눈치보며 진행되면서 1,170∼1,187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엔/원 환율 1,010원선 상회 = 원화와 엔화가 이날 엇갈린 길을 거닐었다. 달러/엔의 움직임에 민감하던 달러/원은 정부의 의지를 반영, 차별화 양상을 보였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10원을 넘어 거래됐다. 재경부가 개장초부터 특정통화(엔화)와 연계된 과도한 환율 하락을 불편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파, 원-엔 비율에 기댄 환율 정책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은 정책당국의 이같은 의지를 수용, 달러매도(숏)심리를 거두고 수급에 따른 거래에 나섰다. 전날 뉴욕에서 9개월 최저치인 116.89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이날 보합권에서 주로 등락했다. 도쿄 개장초 일본 정부의 잇단 구두개입 등으로 117엔대로 반등했던 달러/엔은 매물에 재차 되밀려 오후 4시 58분 현재 116.69엔을 기록중이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67억원의 매수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45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이틀만에 주식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수급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규모는 아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00원 높은 1,180.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이날 저점인 1,179.00원까지 내려선 뒤 정부의 구두개입 등으로 9시 33분경 1,185.00원까지 올라섰다. 이후 소폭 되밀려 1,182∼1,183원선에서 횡보하던 환율은 역외매수세 등으로 11시 2분경 이날 고점인 1,186.9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네고물량 공급 등으로 다시 되밀린 환율은 1,184.0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183.9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뜸한 거래 양상 속에 2시 23분경 1,184.20원을 오후 고점으로 점진적으로 하락, 3시 37분경 1,182.00원까지 내려섰다. 이후 환율은 대체로 1,182원선을 맴돌았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2억4,4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9,07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3억1,410만달러, 2억5,700만달러가 거래됐다. 15일 기준환율은 1,183.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