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로드니 킹' 사건이 될 지도 모르는 백인 경찰관의 흑인소년 구타사건이 대배심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검찰측 관계자가 11일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KFI 라디오 방송이 문제의 사건을 비디오로 촬영한 미첼 크룩스(27)와 전화 인터뷰를 갖던 중 전화로 연결된 커트 리버지 지방검찰청 차장이 크룩스에게 대배심에 출두할 것을 여러 차례 촉구하면서 밝혀졌다. 크룩스는 검찰측의 대배심 출두 요구를 일축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으나 그 뒤 인터뷰 출연을 위해 CNN 방송 로스앤젤레스 지국에 도착한 직후 이번 사건과는 관련없는 절도 및 뺑소니 음주운전 등 2건의 혐의로 이미 발부돼 있던 체포영장에 근거해 체포됐다. 통상적으로 검찰은 증인을 소환하고 피의자를 기소할 권한이 있는 대배심 구성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한편 크룩스는 KFI 라디오와의 통화에서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 원본을 넘겨줄 수 있느냐는 검찰측 질문에 복사본을 줄 수 있다고 말했으나 자신이 쫓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룩스가 촬영해 공개한 비디오 테이프에는 제레미 모스 경찰관이 흑인소년 도노번 잭슨(16)의 머리를 잡아 경찰차 트렁크에 내리찍은 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장면이 들어있으며 이 테이프는 전국의 TV를 통해 여러차례 방영됐다. 그러나 실제 일어난 상황의 뒷부분만을 보여주는 이 테이프의 내용에 대해 경찰과 잭슨측은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아버지 코비 채비스와 함께 경찰관들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낸 잭슨 측은 테이프가 보여주는 구타장면은 일부일 뿐이며 그 전에 훨씬 더 많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공개된 테이프에서 모스경찰관의 머리에 피가 흐르는 데서 알 수 있듯 오히려 자신들이 잭슨 부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테이프에는 보이지 않지만 잭슨군이 모스경찰관의 고환을 움켜쥐는 바람에 잭슨을 제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잭슨군의 변호인은 잭슨군이 소리에 대한 반응이 늦는 일종의 청각장애와 발달장애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경찰의 명령에 즉각 반응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CNN 방송은 잉글우드 경찰국이 또 다른 경찰관의 폭행사건을 조사중임을 시인했으며 모스경관이 이 사건의 증인 명단에 들어있다고 보도했으나 그가 이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닐슨 윌리엄스(32)라는 남자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잉글우드 경찰이 지난달 26일 동네 공원에서 자신을 의식을 잃을 정도로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공원에서 패싸움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현장에서 거구의 윌리엄스가 약물과 알코올로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경찰관에게 달려드는 바람에 이를 제지하기 위해 경동맥압박술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 후 윌리엄스가 의식을 잃자 구급차를 불러 응급처치를 한 뒤 인근병원으로 수송했다고 말했다. (잉글우드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