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서 주택시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인가? 강남 특정지역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난 집값 상승 파도가 서서히 수도권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게다가 규제가 풀린 그린벨트를 겨냥한 땅투기 징후도 심상치 않다. 지난 겨울 이후 수도권 집값이 너무 올랐다. 30∼40%까지 오른 곳도 있다. 이미 거품에 싸여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이같은 거품이 확대 재생산되면 경제의 독이 된다. 70년대와 80년대 후반 축적되었던 부동산의 거품이 한동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우리는 주기적으로 집값파동을 겪어야 하나? 거시경제적 차원에서 저금리,통화 팽창 등의 원인이 지적되고 있으나,근본적으로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주택보급률이 전국적으로 98%,서울은 80%다. 그러나 핵가족화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필요한 주택은 이보다 훨씬 많고,또 지역적으로 불균형하다. 즉 서울과 수도권은 부족하고 지방은 남아도는 형편이다. 반면 주택공급 관련 정책은 계속 흔들려 왔다. 집값안정은 물론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집값이 춤출 때마다 임기응변적으로 나오는 대응책이 아니라,안정적으로 주택공급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와 관련된 몇가지 문제점과 대응방향을 점검해 보자. 첫째,주택공급에 있어 공공부문의 역할이 너무 미미했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시장은 자율에 맡겨야 하나,저소득층 주택문제는 정부의 몫이다. 주택은 비싼 상품이다. 따라서 누구나 웬만한 재산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구입이 불가능하다. 어느 사회건 절대빈곤층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에게도 살 집은 필요하다. 이들은 주택복지제도로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재정을 투입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 가령 영국 스웨덴 등 유럽의 선진국은 주택시장의 20∼30% 정도가 공공주택이며,이것은 저렴한 월세로 저소득층에 대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2.5%에 불과하다. 국민주택 10만호 계획은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다. 그래서 우리의 주택 및 전세시장은 늘 불안하다. 둘째,도시재정비와 주택환경 개선의 큰 틀 속에서 주택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 주변에서는 '너도 나도'식의 재건축 바람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의 동요가 크다. 특정지역의 낡아빠진 10여평 아파트가 수억원이 되었고,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머니게임을 벌이며 재건축시장을 달구어 왔다. 이는 정부의 눈치보기와 고무줄 정책 탓이다. 주택정책은 단순한 양적 공급 차원을 넘어 재개발 그리고 주거환경개선이란 맥락에서 큰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집값파동이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지역간 주거환경의 격차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도시들은 연륜이 짧지만 주거환경은 노후·낙후되었다. 기존 시가지를 재생시키고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고,나아가 중소도시나 농촌 취락지역의 주거환경도 고르게 정비돼야 한다. 셋째,서울에 집중된 주택수요를 광역적으로 분산해 수도권적 정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수도권 전역에 대한 신도시계획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택지를 개발하여 공급해야 한다. 분당 일산 평촌 등 신도시 개발 이후 서울의 광역화를 유도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는 '신도시 알레르기'에 빠져 토지개발 행정의 손을 놓고 있다 기회를 놓쳤다. 우리나라의 토지 사정상 택지 확보는 항상 힘든 과제이며 민간에 맡기면 난개발이 된다. 결과적으로 준농림지역이 훼손되었고,용인 광주 양주 김포 등 지역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때 바람이 불어 수지·용인지역으로 나갔던 사람들도 교통 편익시설 등의 불편으로 다시 강남으로 회귀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서둘러 지정한 하남 남양주 의왕 등의 택지개발예정지구는 계획을 세우고 인허가 절차를 밟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거듭 말하지만 택지를 계획하고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hwchung@kif.re.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