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에서는 메뚜기떼(황충)가 극성을 부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펄벅의 소설 '대지'에서나 봄직한 메뚜기떼가 하늘을 뒤덮는 통에 대낮인데도 밤같이 컴컴하고,그들이 머물다 간 곳은 황무지가 될 정도로 푸른 잎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니 그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이맘 때가 되면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여러 국가들도 메뚜기떼 공습에 시달린다. 특히 아프리카의 메뚜기는 계절풍을 타고 중동지역과 멀리는 인도까지 날아가기도 하는데 수억마리가 떼지어 가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다고 한다. 하루 이동거리도 최대 1백㎞나 돼 재앙이 하늘에 떠다니는 꼴이다. 메뚜기떼의 재앙은 구약의 출애굽기에도 나온다. 모세가 애굽의 바로왕에게 이스라엘백성을 해방시켜 달라고 여러 차례 간청해도 들어주지 않자,10가지 재앙이 애굽땅에 닥치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메뚜기떼였다. 문제는 메뚜기가 해가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번식이 활발하며,가뭄도 증식을 부추긴다고 하는데 건조한 날씨가 메뚜기의 병을 일으키는 세균전염을 막기 때문이다. 또 가뭄이 들면 메뚜기들이 사는 초지가 줄고 이렇게 되면 농토로 서식지를 옮겨 이래저래 피해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난이라고 할 만큼 그 피해가 극심해지자 각국은 '메뚜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비행기로 살충제를 뿌려 퇴치에 나서고 있으나 피해지역이 워낙 넓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들린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오리나 닭을 수만마리씩 풀어 메뚜기 소탕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궁여지책일 뿐이다. 생각다 못해 중국당국은 메뚜기가 고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는 점에 착안,식용으로의 개발과 함께 천식과 기관지염을 치료하는 약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우리나라는 메뚜기로 골머리를 썩힐 일은 없어 다행이긴 하다. 오히려 요즘은 농약 탓에 시골에서 조차도 메뚜기 보기가 쉽지 않아,이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