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하락(원화강세)에 따라 9일 주식시장에서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 해운 전력주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음식료주도 강세였다. 반면 수출주들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미진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 일부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을 갖춘데다 일본 엔화의 동반상승으로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화강세에 따라 국제투자자금이 국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율하락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환율과 증시=원화강세로 수출기업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증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은 "원화강세가 장기화되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되지만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KGI증권 윤세욱 이사는 "지난 80년부터 최근까지 원화절상기에는 대부분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했다"면서 "원화강세 자체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증시에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윤 이사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비롯한 수출주력 품목에서 국내 기업의 품질 경쟁력이 개선됐고 일본 엔화가치도 동반상승하고 있는 만큼 환율하락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저가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중국제품에 밀려 고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섬유나 일부 화학제품,저가 전자제품 등은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하락 수혜종목=이날 증시에서는 한국전력 S-Oil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일제당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원화강세 수혜주의 오름세가 돋보였다. 전문가들은 원화강세 수혜주로 달러화 표시 부채가 많은 종목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진해운 대한해운 현대상선 등이다. 대한항공은 작년말 기준 외화부채가 3조8천억여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외화부채가 1조원을 웃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지난달 현재 외화환산이익이 1천5백억원과 2천8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원재료의 수입비중이 높은 음식료 업종도 원화강세기에 강한 종목군이다. 교보증권은 외화부채가 많고 수출비중이 낮은 종목으로 대상사료 대한제분 동원F&B 신촌사료 농심 하이트맥주 대한제당 한솔제지 등을 꼽았다. 반면 외화자산이 많고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은 환율급락세가 지속될 경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효성 이수화학 화인케미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삼성SDI LG상사 등이 환율 급락의 악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