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단행된 정부의 도로교통법위반자 특별감면 조치는 2천만 전국 운전자의 24%에 해당하는 4백81만여명의 운전자들을 구제토록 한 대대적인 법규 사면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98년3월 정권 출범 기념으로 5백32만명에 달하는 교통법규 위반자에게 혜택을 준 뒤 불과 4년여만에 다시 사면 조치를 취함으로써 법 경시풍조를 정부가 앞장서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특별조치에 따라 지난달 30일 이전에 받은 모든 운전자의 교통 벌점은 10일부터 다시 '0점'으로 되돌아간다. 운전면허 정지.취소 대상자 27만여명은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해당 경찰서로 가면 즉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또 무인단속 카메라나 교통신고꾼(파파라치) 등에 의해 적발, 신고된 사람의 경우 부과된 과태료나 범칙금은 내야 하지만 범칙금 부과에 따른 운전면허 벌점은 면제받는다. 이와 함께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운전자중 1∼5년간 면허 재취득 금지조항에 묶여 무면허로 있는 사람도 즉각 면허시험에 응시할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각종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민.형사 소송은 이번 조치와 별개로 진행된다. 이미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았거나 정지기간이 끝난 사람에 대해서는 별도의 혜택은 없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8.8 재.보선'을 불과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교통법규를 잘 준수해온 운전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의 결정 과정에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통상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안건들은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거치게 되나 이번 감면조치는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 즉석 안건으로 상정됐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시일이 촉박해서 어쩔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부 일각에서 조차 서둘러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