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7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말 700선 부근까지의 급락을 시장바닥 확인으로 인식하면서 종목별 낙폭 줄이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 시장도 기업실적 악화와 관련해서는 추가 하락보다는 바닥을 봤다는 분위기가 강한 가운데 기술적 반등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최근 몇 년간 800선 아래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오래가지 않았다는 경험이 재확인되는 분위기다. 하반기 국내경기의 상승세를 낙관하는 한국은행의 발표와 정부의 민영화 연기 등 수급안정대책은 손절매로 일관해온 기관의 시장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현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관련주가 주도주로 부상해 시장은 수급, 모멘텀, 주도주의 삼박자를 얼기설기 갖춰가는 양상이다. 다음주초 단기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장의 지수 복원 열망이 강해 조정폭에 대한 우려는 그리 크지 않은 모습이다. ◆ 반도체 시세 바닥 징후 = D램 현물가의 강세가 지속되며 128메가 기준으로 5일까지 나흘째 상승세를 이었다. 최근 강세가 9~10월 학기 개학 등 계절적 수요를 대비한 가수요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생산차질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설명되고는 있으나 바닥징후가 농후하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오진근 선임연구원은 256메가 D램이 지난 3일 당일 현물가가 30일 이평선 상향 돌파하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해 D램 가격이 바닥을 9월 이후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는 PC 수요부진과 업체들의 업그레이드로 공급과잉이었으나 3분기에 균형을 이룬 뒤 4분기에는 4.6%의 공급부족이 예상된다는 것. 현대증권 우동제 반도체팀장은 6월을 저점으로 7월부터 반도체가가 상승추세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급상황이 반영된 수급상황을 고려할 경우 지난 3월을 정점으로 4~6월 동안 하락세가 지속되었던 현물가격이 월별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할 경우 6월 저점으로 7월부터 이미 상승추세에 진입했다는 것. 다만 아직 하반기 PC 등 IT수요의 급격한 수요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시그널은 미미해 7월초 현물가격 반등이 7월 중하순 경에 주춤할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이날 반도체 장비, 재료, 부품관련주까지 상승에 합류했다. 삼성전자가 2% 이상 올랐고 미래산업,디아이, 동진쎄미켐,나리지온 등 반도체 관련주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하이닉스는 6일째 상한가 행진을 펼치며 440원으로 마감해 최근 6일간 무려 11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편 현대증권 엄준호 연구원은 “대만의 마더보더 수요가 좋아진다는 얘기가 있어 PC와 반도체 수요증가의 신호로 해석되고는 있다”며 “그러나 아직 추세반전을 판단하기는 이른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 단기 쉬어가기 전망 = 20일선인 780선 부근에서의 강한 저항이 예상됐지만 이날 종합지수는 장중 800선에 육박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장막판에는 개인의 대량 차익실현으로 상승폭을 10P 이상 반납했다. 이날 상승에 대해 시장에서는 상승속도와 폭이 부담스럽다며 다음주 목요일 옵션만기를 앞두고 숨고르기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스닥 등 낙폭과대 실적주는 상승시도를 이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선물매수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서 투기성이 짙다"며 "이는 다음주 옵션 만기를 앞둔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이날 10포인트 이상에 해당하는 상승폭은 인위적일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며 "거래대금이 3조원을 넘어 5월말이후 최고치를 기록, 단기 상투권에 진입한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지표나 한국은행의 낙관적 경기전망이 미국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국내 펀더멘털의 개선 확신을 높였다”며 “지표는 예상치를 충족하겠지만 내수의 성장 견인 한계를 고려할 때 내수에서 수출로의 주도권 전환이라는 질적 측면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800선 회복시도가 나타나겠지만 안착추세가 이어지는지 여부와 해외여건의 뒷받침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신규 자금유입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20일선을 돌파하더라도 바로 밀렸던 경우가 많아 지지선 역할을 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급락에 따른 낙폭을 회복한 만큼 더 이상의 가격메리트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수요기반 확충대책에 따른 수급안정이 지수상승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보인다"며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상향도 주가 상승국면 진입 판단을 도왔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단기급등으로 다음주초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짧은 숨고르기를 이용한 매수 확대가 유망하다"며 "당분간 프로그램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업종대표주와 낙폭과대 코스닥 실적주의 추가상승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