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안전성 결여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제조자가 손해를 배상하는 제조물 책임(PL)법이 지난 2000년 1월 제정돼 2년반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생산자에게 고객 제일주의, 제품의 불량 제로·고장 제로·사고 제로를 지향하는 경영혁신을 요구해 소비자들은 더 좋은 제품을 제공받고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피해를 보다 쉽게 배상받을 수 있는 '소비자 주권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같은 PL법은 기업 경영환경과 산업문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PL법은 국경없는 글로벌경쟁시대에 우리 기업과 제품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이자 소비자의 요구이기도 하다. PL법 시행에 따라 기업들은 새롭게 안게 될 부담과 위험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해 제조물 결함을 최소화하는 경영시스템 구축과 기술확보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PL법을 도입한 선진국들도 시행초기에는 제조물 결함을 둘러싼 소송과 분쟁이 급증해 세계 굴지의 회사들이 제조물 결함으로 도산한 예가 적지 않다. 일본의 경우 제도를 도입하자 소비자들로부터의 클레임 건수가 전년보다 2배나 크게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PL소송으로 세계 최대 석면회사가 파산했으며,최근에는 세계 최대 타이어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이밖에도 고유기술이 뛰어난 일본의 헬멧회사가 효과적인 PL대책을 못세워 문 닫는 등 초기대응이 잘못돼 우량기업이 하루아침에 도산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로 인해 선진국 기업의 경영진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문이 바로 제조물 결함 관련 소송이라고 한다. 2002년 세계 선도기업들의 핵심전략 중 하나가 기업경영의 모든 프로세스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사적 리스크 경영체계'구축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PL법 시행 전 우리 기업의 제품 고장에 따른 보상비용은 매출액의 3∼5%를 차지했다. 그리고 제품결함에 의한 클레임 건수 중 제조자가 처리한 부문이 약 4%,안전성 및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의 경우 예상하는 PL보험료는 매출액의 5% 수준이다. 이에 반해 제조업체 평균 경상이익률이 7%인 점을 감안하면,결함있는 제품을 생산 판매할 때 기업이 부담하게 될 위험과 비용의 크기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여서,과거와 달리 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도산할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PL법 시행과 관련해 기업들이 효과적 대책 및 새로 파생될 과제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지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대기업의 경우는 그나마 전담팀을 두어 나름대로 준비해 왔지만,중소기업은 거의 대부분 대비가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PL법은 안전하고,고장 나지 않고,고객이 만족하는 좋은 제품을 경제적으로 제때 생산하게 하는 경영혁신 방향과 일치한다. '불량품을 만들지 않고,출하 후에도 고장 나지 않고,잘못 사용하거나 고장이 나도 안전상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라'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요구다. 이들 요구의 특성은 제품의 안전성 신뢰성 적합성 등 고객만족도와의 관련성이 매우 높다. 이는 현대 선도기업들이 기업성장전략으로 추진하는 방향과도 같다.즉 PL 대응은 '비용을 줄이는 소극적·방어적 개념의 경영전략'이 아니라,'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담보해주는 미래지향적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적극적인 경영전략'임을 인식해야 한다. PL 초기대응을 잘해서 크게 성장한 기업들과,반대로 초기대응을 잘못해 도산한 기업들의 사례에서,PL 대응은 '비용'이 아니라 수익을 담보하는 '투자'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PL법 시행에 따라 새로 부담해야 할 위험과 비용을 냉철하게 계산하고 제조물 결함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PL법 시행과 관련해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더욱 강화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PL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 경쟁력이 한단계 높아지고 소비자의 권익이 향상되는 산업문화가 되도록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망된다.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