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해교전 발생 이후 한반도를 둘러싸고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남한과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해 그 의도가 주목된다. 특히 북한은 "우리는 대화와 협력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먼저 대화제의를 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북한의 성명은 미국과 대화 채널이 막힌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까지 경색돼선 안된다는 계산에 따라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외세의 방해 책동'을 거론하며 '민족끼리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에서 이같은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지난 99년 서해교전 발생시 대화의 단절을 선언했던 조평통의 성명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당국자는 이번 성명과 관련,서해교전 이후 국제적으로 대북비난 여론이 거센데다 식량지원을 받아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에 대화·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같은 자세는 일단 도발을 한뒤 수습에 나서는 '치고 빠지기'식의 전형적인 이중적 태도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또 7·4남북공동선언 발표 3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의례적인 성명이라고 치부했다. 북한이 이처럼 대화를 강조하더라도 단기간내 남북관계가 호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요청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어 우리로서도 선뜻 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냉각기를 거쳐 9월에 예정된 북한축구단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