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애인에 대한 사랑은 하나를 얻는 대신 둘을 잃는다. 이기적인 사랑을 구하는 대가로 친구와의 우정과 그 친구의 사랑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경제학적 관점이 "금기의 도덕률"을 낳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돌과 맹목"을 속성으로 하는 연애가 언제 경제원리와 도덕주의의 길만 따라 왔던가. 우정을 훼손치 않고 친구애인을 가로챌 묘안은 없을까. 로맨틱코미디 "서프라이즈"(김진성 감독)는 이런 난제에 대한 20대초반 새내기 숙녀들의 고민을 추적한다. 하영(이요원)은 친구 미령(김민희)의 애인 정우(신하균)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에 간다. 미령이 바빠서다. 남자친구를 위한 깜짝파티를 준비해야 하고 아빠가 그를 받아 들이도록 설득해야만 한다. 하영은 "서프라이즈"파티를 위해 신분을 숨긴채 12시간동안 정우를 책임져야 한다. 그 과정은 신세대여성들의 솔직하면서도 적극적인 사고방식이 투영돼 있다. 정우의 재킷에 커피 쏟기,승용차에 태워 용유도로 향하기,폐선 바닥에 가둬놓기,순찰차를 동원해 공항버스 붙잡기,운전석에 기절한 척 엎드려 있기,선글라스와 가발로 변장해 호텔로 잠입하기 등 기발하고 집요한 전술이 동원된다. 미령은 아빠를 찾아 골프장과 남성사우나로 쫓아갈 정도로 과감하다. 결국 임신을 무기로 위협해 아빠의 허락을 얻어낸다. 신세대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정보다는 결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풍조가 반영된 것이다. 영화의 전반부는 슬랩스틱코미디류에 가깝다가 하영이 자신의 신분을 정우에게 밝힌 후반부에는 멜로형식으로 바뀐다. 3명의 주인공은 "삼색의 사랑"을 대변한다. 미령은 이기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애인을 자기방식(깜짝파티)대로 만인앞에 공표하고자 시도한다. 애인의 의사는 안중에 없다. 하영은 친구를 위해 굳은 일을 도맡는 헌신형이다.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우정을 위해 사랑을 단념키로 작정한다. 정우는 배려형이다. 낯선 하영의 돌발적인 행동에도 그녀의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주인공들의 대사는 이 시대 여성에게 남자친구의 존재가 "긴요한 소지품" 정도로 축소됐음을 보여준다. "남자는 손톱깎기야.필요할때만 있으면 된다구""남자는 라면국물같은거야.마실까 말까 망설이게 해" "(남자친구의) 목젖이 오르락내리락 하는게 제일 섹시해" 마지막 반전은 기존관습에 순응함으로써 두 사람의 사랑을 허락한다. 적어도 새로운 모럴은 없다. 각 에피소드들과 캐릭터들은 다소 과장돼 있어 관객과 동일선상에 위치하지는 못한다. 연기자중 관심거리는 신하균의 변신. 개성적인 배역만 맡아온 그는 평범한 기업인으로 나서지만 특유의 강렬한 매력을 발산하지는 못했다. 5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