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자유의 여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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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을 받치는 대석(臺石)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지치고 가난한 자들은 내게로 오라.자유를 갈망하며 억압받는 민중들은 내게로 오라.이 풍요로운 해안에 닿은 뒤의 짐은 내가 지리라. 보금자리가 없고 정신이 방황하는 민중들도 내가 껴안으리라.나는 이 희망의 문옆에서 등불을 들리라."
뉴욕항 초입의 리버티 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는 이민자들에겐 희망과 안식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민들의 자유의 여신상 사랑은 각별하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오른손에 횃불을 쳐들고,왼손에는 1776년 7월4일의 날짜가 적힌 독립선언서를 들고 있는 이 여신이야 말로 미국정신을 일깨우는 확실한 존재라는 믿음이 각인되어 있다.
자유의 여신상은 1886년에 세워졌다.
독립전쟁 당시 미국땅에서 영국을 몰아내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던 프랑스가 미 독립 1백주년을 기념해 기증한 것이다.
파리의 에펠탑을 세운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여신상은 조각을 맡았던 오귀스트 바르톨디가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삼았다고 전해지고 있으나,최근엔 노예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흑인여성을 모델로 삼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면서 신실하게 하나님을 섬기고 남편과 가정을 돌보는 여성의 덕목을 표현하려 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런 여신상이 9·11테러 이후 테러리스트들의 공격목표가 돼 수난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도 여러 번 관광이 금지되긴 했으나,올 독립기념일을 전후해서는 이 지역에 대한 근접비행이 전면 금지되면서 삼엄한 경계속에 있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함께 싸워야 한다.
그러나 내일 우리는 분명히 처형될 것이다"라던 미국독립전쟁 당시 병사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비장감과 긴장감이 자유의 여신상을 휘감고 있는 하루하루다.
아직도 지구상 곳곳에서 자행되는 테러가 자유를 수호하려는 여신상에 굴복할 날은 언제일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