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서비스시장 개방 요구안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개방요구안 제출 자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 아젠다(DDA) 협상일정에 따른 것이지만,미국측 제안대로 통신 금융 환경 교육 광고 전문직서비스 등 거의 모든 서비스시장이 대폭 개방될 경우 국제무역은 물론 세계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정대로 오는 2004년말까지 서비스시장 개방협상을 매듭짓고 각국이 비준절차를 밟을 경우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기간도 얼마 되지 않아 더욱 그렇다. 자국이 강력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분야의 대폭적인 개방을 미국이 촉구하고 나선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미국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용의 80%,국내총생산(GDP)의 63%에 이르는 등 압도적이다. 게다가 미국의 서비스 수출금액이 지난 2000년엔 2천7백90억달러에 달해 10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났고,앞으로 세계 각국이 서비스시장을 대폭 개방할 경우 수출규모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나 고질적인 경상수지적자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서비스시장 개방에 목청을 높이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나라도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이 시급하며 통상마찰 해소와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단계적인 시장개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일부 연구기관들은 국내 서비스산업이 앞으로 10년동안 제조업보다 2배가량 높은 연평균 5∼6%씩 성장해 미래의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주도하리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서비스부문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65.7% 수준에 불과하며 선진국 생산성 수준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측 협상안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시장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단기간에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느냐는 점에 모아져야 마땅하다. 부문별로 보면 우선 시장개방이 상당히 이뤄졌거나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춘 통신 건설 해운 유통 금융부문 등은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법률 등 전문직서비스,영화와 미디어를 비롯한 시청각서비스,그리고 교육서비스 등은 단계적인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완화와 함께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지원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