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독일을 꺾고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하자 브라질 국민들은 경제위기 시름을 잊고 온종일 축제를 벌였다. 동서독 통일후 첫 우승의 영광을 염원했던 독일 국민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국팀의 선전을 축하했다. .30일 1억7천만명의 브라질 국민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거리로 뛰쳐나와 플라스틱 트럼펫을 불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새천년 첫 월드컵의 정상과 월드컵 최다 우승 신기록(5회) 행진의 기쁨을 즐겼다. 해변에 있던 사람들도 가운만 걸친채 월드컵 우승을 자축했고 거리에는 카나리아색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입거나 브라질 국기 색깔인 노란색과 녹색으로 페이스페인팅을 한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거리와 해변에는 "브라질, 브라질"과 "다섯번째 챔피언"을 외치는 브라질 국민들의 함성과 삼바 북소리가 메아리쳤고 낯선 사람들끼리 얼싸안고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지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편 호나우두의 고향인 리우데자네이루 북동부 벤투히베이루도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광장에 모여 경기를 시청하던 이곳 주민들은 오랜 부상에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자신들의 영웅이 팀이 득점한 두 골을 모두 터뜨리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자 기쁨에 겨워 춤을 추고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졌지만 그래도 자랑스럽다." 독일이 브라질에 0-2로 패한데 대해 독일국민들은 역대 월드컵 4회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된 것을 슬퍼하면서도 독일팀의 선전을 축하했다. 베를린 포츠담 광장에서 공동 응원전을 펼친 3천여명의 베를린 시민들은 후반 22분 호나우두의 골이 터지자 일순 정적에 빠졌으나 곧 독일팀이 거센 반격을 펼치면서 다시 응원 열기가 살아났다. 결국 호나우두에게 연속 골을 내주고 독일팀의 패배가 확정되자 많은 사람들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일부 팬들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베를린 시민들은 당초 예정대로 서베를린 지역의 쿠담거리에서 독일팀의 선전을 축하하는 행사를 벌였다. 결승전이 끝난 뒤 많은 시민들이 쿠담거리로 몰려나와 독일 국기를 흔들며 거리를 행진했으며 일부 젊은이들은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독일 공영 ZDF 방송은 독일팀이 최선을 다했으나 브라질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방송은 결승에 오르기까지 경이로운 선방을 펼친 올리버 칸이 결승전에서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슬픈 영웅'이 됐다고 전했다. .일본 천황은 결승전이 끝난 뒤 궁내청을 통해 담화문을 발표,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이룬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축하했다. 일본 천황은 담화문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월드컵이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같은 경험이 앞으로 한.일 양국민의 우호증진에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일본대표팀과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겼고 경기가 끝난 뒤 상대 선수들과 서로 악수하고 기쁨을 나누는 모습은 진정한 스포츠정신을 느끼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우승한 브라질과 4강까지 오른 공동개최국 한국에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4년 뒤 독일월드컵이 기대된다"는 말로 담화문을 마무리했다. .월드컵사상 최대인 전세계 15억명의 시청자들이 브라질-독일 결승전을 동시에 지켜봤다. 한.일 월드컵의 주관 방송사인 HBS는 이날 "15억명 이상이 결승전을 시청했고 대회 기간 64경기를 치르면서 TV를 통해 월드컵을 즐긴 연인원은 4백억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일본 안전대책본부는 결승전을 앞두고 요코하마경기장 바깥쪽 철조망을 종전보다 60cm 높이고 경기장 경비 병력도 1천7백여명으로 대폭 증원하는 등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각국 정상 등 많은 요인들이 결승전을 관람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라고 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날 귀빈석에는 김대중 대통령, 아키히토 일본 천황 내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등이 나란히 앉아 시종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즐겼다. 한편 경기장 주위뿐 아니라 요코하마 시내에도 7천4백명의 경찰이 곳곳에 배치돼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결승전을 보도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도 무려 2천여명에 달해 경기장부설 미디어센터(SMC)와 기자석은 북새통을 이뤘다.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JAWOC)에 따르면 이날 입장이 허가된 취재기자만 1천7백여명에 달하고, 사진기자도 3백명을 넘었다. 이 때문에 일부 취재진은 기자석을 배정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브라질과 독일 선수들중 최고령과 최연소 선수가 모두 독일팀에서 나왔다. 양팀을 통틀어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33살인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이고 가장 어린 선수 역시 21세의 독일의 크리스토프 메첼더로 나타났다. 두 선수는 이날 나란히 독일팀의 선발 출장 명단에 올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권순철 기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