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서둘러 증시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최근의 급락세가 미 증시 불안등 '외풍(外風)'의 영향이 주된 요인이어서 수급 대책으로 시장분위기를 돌려 놓기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6천억원 조기집행 말고는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기업연금 조기도입, 자산운용법 통합 등의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국내증시의 체질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증시 수요기반 확충방안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번 대책이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빨리 실행으로 옮겨지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단기 수급대책으론 한계 올들어 증시 수급악화의 주범은 정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민영화, 우리금융지주회사 상장, 담배인삼공사 민영화 등으로 증시에서 무려 7조원의 자금을 거둬갔다. 작년말이후 증시가 활황세로 접어들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민영화에 나섰다. 강신우 굿모닝투신 상무는 "과거 증시호황기엔 민간 기업이 대규모 증자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앞장섰다"면서 "정부의 물량공급이 취약한 수요기반을 위축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뒤늦게 공기업과 은행의 민영화및 증자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회사의 잇단 주식매도세를 점검하고 손절매(loss cut) 제도에 대한 보완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은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립서비스 정도로 증권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손절매 제도 등은 위험관리를 위한 금융회사의 고유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제도에 간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며 실효성도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정부의 의지와 실천이 관건 국내 기관이 시장 지지기능 등 제 역할을 하려면 무엇보다 풍부한 장기자금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가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을 서두르고 투신사등 자산운용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대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자산운용통합법을 제정해 선진국과 같이 개인의 돈이 은행에서 투신 등 기관투자가로 옮겨갈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은 증시 수요 기반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은행 금전신탁의 대출비중을 점차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연금의 조기도입방침도 기관투자가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지난 90년이후 10년 증시호황을 만끽한 미국증시의 일등공신은 단연 연기금이었다. 우리나라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중이 현재 9%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그 비율이 64%를 넘는다. 하지만 기업연금을 도입하고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당장 기업연금만 해도 회사측과 노동조합측이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