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시장에는 최근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치밀한 준비와 다양한 실험과정을 거쳐야 한다. 히트상품을 개발해내기 위한 첫 걸음은 소비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일이다. 소비시장을 둘러싼 환경변화 =우선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시장 진출이 잇따르면서 제품의 국적에 대해 크게 문제를 삼지 않게 됐다. 인터넷 위성방송 등 글로벌 미디어가 활성화되고 해외 히트상품이 동시에 국내에서 히트하는 동조화 현상도 눈에 띄고 있다. 브랜드와 디자인 면에서는 선진국 제품을, 가격 면에서는 중국산을 선호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소비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고가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로 고급 내구성 소비재 구매가 늘고 있다. 올 1~4월 승용차 내수판매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1.8% 늘어난게 대표적 사례다. 신용카드 장려정책이 과도한 소비를 촉발한 측면도 있다. 선거정국과 맞물려 하반기에도 직.간접적인 부양시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수준별로 소비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가 제품이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올 1.4분기중 고소득층은 부채 변동없이 자산이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은 부채가 증가하면서 자산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자의 지적능력이 성숙하고 있다. 이동전화나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늘어나고 질도 높아졌다. 상품 관련 정보 교환이 보다 쉬워진 것이다. 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문화상품에 대한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들은 의료보건비와 외식비, 교육비 등에 돈을 더 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앞으로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고령화와 소자화(少子化, 자녀수가 감소하는 현상)에 따라 특정상품 시장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키즈상품과 실버상품이 대박을 터뜨려 주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5대 소비 트렌드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16개 업종 20개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는 5가지 트렌드가 뚜렷이 관측되고 있다. 우선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고급상품 소비심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수입 명품 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 이에 따라 패션 및 액세서리 수입명품 시장이 매년 50%씩 커져 올해는 2조원대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고가품 수요층이 중년 부인들에서 젊은 층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21세기형 '유목소비' 성향도 관심거리다. 모바일커머스 시대가 이런 경향을 앞당겼다. 올 1.4분기에 판매된 이동전화 단말기는 4백1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났다. 휴대폰을 지불수단으로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1세기형 유목민인 '디지털 노마드족'이 향후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전망이다. 노마드족은 자유와 개방, 홀가분하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면서 모바일커머스를 주도하는 소비층이다.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미지와 미적 감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생활의 감성화와 패션화가 진행되고 있다. 가격 품질 등 기본적 속성 외에 브랜드 이미지 등 감성적 요소를 함께 고려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통신기기 가전제품 아파트 등 기능 위주의 상품에서도 미적 요소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과 미용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같은 트렌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마나 눈가 주름을 제거하는 보톡스 주사 맞기가 남녀 중장년층에 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조그만 예에 불과하다. 소비행위가 단순히 제품 구매에 그치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의 체험'을 함께 사는 것으로 바뀐 것도 감성소비의 또다른 모습이다. 기업에서 체험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는 적극적인 몸짓이다. 스마트 소비도 최근 두드러진 트렌드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스마트 소비'란 소비에 따르는 노력과 시간을 줄이면서 쇼핑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을 활용, 정보수집에 적극적이며 구매방법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데 따른 시장의 변화다. 소유에 연연하지 않고 리스나 렌털을 통해 소비 목적을 달성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도 예전에 볼 수 없던 스마트 소비의 한 모습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실질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도 스마트 소비의 일면이다. 음식점이나 주유소, 극장 등에서 혜택이 가장 큰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스마트 소비가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월드컵 특수도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 요소다. 월드컵으로 창출되는 소비시장 규모는 약 6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화면이 큰 프로젝션 TV나 PDP TV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나 붉은 악마 티셔츠가 무섭게 확산되는 것은 당장 눈에 띄는 변화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