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 증시가 해외 돌발 악재로 급격한 조정양상을 보이자 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수 800선이 붕괴된 뒤 주요 증권사 영업점에는 향후 장세 전망 및 주식형 펀드 가입 시기를 묻는 고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과 경기회복 추이를 볼 때 지금이 펀드 가입의 적기"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시장이 여전히 불안해 반등추세를 확인한 뒤 가입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급락세는 진정 =미국 법무부의 D램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로 지수 800선이 힘없이 무너졌으나 770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0,21일 소폭 반등하며 770선을 지켜냈다. 또 지수 폭락으로 로스컷(손절매) 라인에 걸린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대규모 자전거래를 통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물량을 보유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현재 약세장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그만큼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 펀드 가입의 적기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과 증시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현 시점이 바닥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 수익률이 가입 타이밍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밀짚모자를 겨울에 사서 여름에 파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처럼 바닥권인 지금이 펀드 가입의 적기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본부장은 "최근 약세는 펀더멘털이 아니라 단기 수급에 기인한 것"이라며 "기업내용은 여전히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상승 기조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태우 팀장은 "지난해 말 테러사태 이후 매수 타이밍을 놓쳤던 기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또다시 지수가 900을 넘기는 것을 보고 흥분하기보다는 지금이 가입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확실한 반등세가 보일 때까지 기다려라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근거는 미국 시장의 불안이다. 다우지수 9,500포인트 나스닥지수 1,500포인트가 모두 붕괴된 것을 가볍게 봐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경기회복의 지연으로 미국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다할 상승 모멘텀을 갖고 있지 못한 국내증시의 독자 행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투신운용 류건상 안정1팀 과장은 "미국 시장의 트렌드를 볼 때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며 "반등세가 확인될 때까지는 펀드 가입이나 주식 매수를 미루는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증시가 전통적으로 여름철에 약세를 보인 것도 펀드 가입을 유보해야 하는 이유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최근 증시흐름은 그동안 당연시 여겨졌던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소비 하락세가 2~3개월 더 이어질 경우 '더블딥(이중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펀드 가입시에는 분할 가입이 효과적 =국내 증시가 바닥에 근접했다 하더라도 단기간 횡보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투자금액을 나눠 분할 가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야 펀드 가입 평균 기준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천할 만한 펀드 유형으로는 인덱스펀드 엄브렐러펀드 전환형펀드 등이 거론된다. 인덱스펀드는 지수 상승율에 가장 가까운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시장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엄브렐러 펀드는 장세 흐름에 맞춰 다른 성격의 펀드로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어 조정장에서 대처하기에 알맞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엄브렐러 펀드는 연간 10~12회의 한도내에서 수수료없이 전환이 가능하다. 단기 반등을 겨냥하면 일정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채권형으로 옮겨가는 전환형 펀드를 고려할만 하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