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전문경영인들을 상대로 경제정책 대결을 벌였다. 이 후보와 노 후보는 20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 CEO포럼 창립1주년' 기념식에서 "월드컵 8강에 진출한 한국이 경제에서도 세계 8강 반열에 들어갈 수 있다"며 한 목소리로 경제재도약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이 후보는 '관치경제 청산',노 후보는 '공정경쟁 여건조성'을 각각 선결과제로 꼽는 등 다소 엇갈린 해법을 제시했다. 이회창 후보는 이날 연설의 상당부분을 노 후보와 차별화에 할애했다. 이 후보는 먼저 "우리 사회 일각에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하고 국가개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걱정할 만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한 뒤 "국가의 최고경영자부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며 노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이어 "반(反)기업적인 정치세력이 국가를 경영하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고 "한나라당은 친(親)기업적 정당"이라며 참석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대통령이 되면 연구개발(R&D)과 인재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정치자금을 내지 않아도,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기업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기업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노무현 후보는 반(反)기업적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불식하는데 주력했다. 노 후보는 우선 "우리 국민은 위기에 강하고 신바람을 탈줄 아는 국민"이라면서 "경제8강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강국 수반들의 모임인 G-8정상회의가 한국을 포함한 G-9정상회의로 개편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기업들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노 후보는 그러나 월드컵 축구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을 소개하며 "우리가 경제8강으로 가기 위해선 과잉투자,차입경영,문어발 확장 등을 하지 않고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면서 대기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후보는 또 "제도는 상당히 개선됐지만 의식과 관행면에서 시장경제 원칙이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지적한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 후보는 경제8강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개혁과 한반도의 평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일·김동욱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