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60억 세계인의 잔치 월드컵이 환상적인 막을 연 곳이다. 한국적 전통미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졌다는 찬사가 쏟아졌던게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축구가 22일 스페인을 꺾는다면 오는 25일 이 곳에서 준결승전을 치른다. 그러면 전 세계의 부러운 시선이 쏟아지고 다시 한번 '감동의 물결'이 일렁일 수 있으리라. 서울 월드컵경기장 동문에서 2백~3백m쯤 걷다보면 월드컵공원이 나온다. 쭉쭉 뻗은 나무와 6월의 녹음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곳이 몇년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 매립지 난지도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월드컵공원의 면적은 1백5만평. 세계적 도심공원인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45만평)나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1백3만평)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다. 월드컵경기장의 앞뜰이라 할 수 있는 평화의공원에 들어가면 커다란 난지연못이 보인다. 한강물을 끌어들여 만든 연못이다. 물 속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어느 시골을 연상시킨다. 부들 아기연꽃 수련 띠속새 꽃창포 등이 심어져 있어 보는 이의 마음도 편안하다. 주말이면 소풍 나온 가족들이 음식을 펴놓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40여개의 전통 멍석이 깔려 있어 무겁게 짊어지고 오지 않아도 좋다. 평화의공원 건너편에는 하늘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옛 난지도 매립지중 한 곳이다. 통나무로 만든 지그재그형 계단을 밟고 해발 98m의 정상에 올라서면 저멀리 남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한강과 서울시내도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대는 월드컵분수대도 장관이다. 곳곳에 놓인 26개의 전망대에는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하나둘씩 자리하고 있다. 북한산과 남산은 물론 날씨가 좋을 때는 서해안의 낙조를 감상하는 운치가 그만이다. 높이 30m짜리 풍차는 그림엽서 속의 한 장 사진처럼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직경 8.8m의 은빛날개가 힘차게 돌아간다. 이 풍차는 공원 안 가로등의 불을 밝힌다. 발밑에는 억새 해바라기 갈대 등이 심어진 수풀이 드러누워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스럽다. 걷다가 싫증나면 뛰어도 좋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끼고 도는 5.8km 길이의 조깅코스가 마련돼 있다. 바닥이 아스팔트와 흙으로 덮여 있어 발에 와닿는 감촉이 괜찮다. 흐르는 땀은 불어오는 강바람에 맡기면 된다. 난지천공원 주차장부터 시작되는 코스는 1km마다 표지판이 붙어 있다. 난지천공원과 난지한강공원에는 어린이놀이터와 게이트볼 경기장, 장애인 놀이시설,배드민턴장, 7백평 규모의 캠핑장, 요트장, 인라인스케이트장이 들어서 있다. 캠핑장에는 월드컵을 맞아 숙식을 해결하려는 외국인들도 많다. 내년 5월께부터는 월드컵공원에서 골프도 칠 수 있다. 노을공원에 9홀짜리 미니골프장이 들어선다. 이용요금 1만5천원 정도에 골프채와 장갑, 신발도 빌릴 수 있다고. 시간이 없어 그냥 월드컵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싶다면 공원내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마포농수산물시장 남쪽에 있는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 앞에서 오전 9시~오후 10시 30인승 셔틀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연중 쉬지 않고 무료 운행한다. 월드컵공원을 가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게 가장 편리하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 내려 월드컵경기장 동문과 맞닿아 있는 1번 출구로 나와 경기장을 따라 마포농수산물시장 쪽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평화의공원에 닿는다. 시내버스는 노선이 많지 않아 다소 불편하지만 삼양동과 서부면허시험장을 오가는 361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월드컵경기장 남문 정류장에서 내려 평화의공원으로 곧장 갈 수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