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세계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아더 앤더슨이 지난주말 미국 휴스턴 연방지법 배심원단으로 부터 유죄평결을 받았다. 앤더슨이 엔론 회계문서를 파기한 것이 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한다는 평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로써 앤더슨이 회계의 질에 승부를 거는,즉 회계법인의 초심을 잃지 않는 '새로운 앤더슨'으로 거듭날 기회는 사라졌다. 하지만 앤더슨의 운명은 일개 회계법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회계법인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엔론사태 이후 기업들이 순익을 재조정하거나 의도적으로 매출을 부풀린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이성있는 사람이라면 '회계시장에 위기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게됐다. 회계법인의 윤리가 지난 10여년간 크게 떨어진 데에는 비회계부문 서비스에 치중해온 탓이 크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외부감사를 받는 고객사에 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하는데 주력해왔다. 외부감사를 할 때는 해당기업의 일반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기업 재무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무감을 가져야한다. 따라서 고객사의 이익증대에 초점을 맞추는 컨설팅 서비스와는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밖에없다. 회계법인이 동일 기업에 대한 외부감사와 컨설팅업무를 함께 수행할 경우 결과적으로 외부감사의 객관성이 떨어져 회계법인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지키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회계문제를 시정하려는 변화가 월가에서 일기 시작했다. 폴 오닐 재무장관이 언급한대로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잘못된 재무정보를 공개하는데 따른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스스로 내부업무 절차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회계업무와 컨설팅업무를 분리하는 식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개혁의지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엔론 글로벌크로싱 제록스 월드컴 등의 회계 스캔들이 신문의 1면에서 사라질때까지 개혁이 계속될지는 모른다. 역사적으로 보면 회계법인의 개혁이 오랜시간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과거 회계법인들은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들은 별 힘이 없는 감독기구를 두는 것에 만족해왔다. 회계법인은 외부감사만으로는 독자생존할 수 없다고들 한다. 정작 돈은 절세를 하도록 도움을 주는 등의 컨설팅서비스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회계법인은 외부감사를 할 수 있는 배타적 권한을 부여받은 댓가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고객사의 재무정보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하는 의무를 가져야한다. 그런 의무감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부적절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계법인 및 상장기업의 인식변화와 함께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새로운 회계 개혁법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는 몇가지 리트머스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법안이 회계감독위원회에 진정한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한다. 또 새로운 회계감독위원회에 충분한 권한을 부여했는지도 살펴봐야한다. 감독위원회는 위법조사는 물론 회계법인에 대한 경고에서부터 영업권 반납 등 각종 벌칙을 가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감독위원회가 회계법인의 컨설팅 업무도 제한해야 한다. 복잡해져가고 있는 시장환경에서 효과적으로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감독할 수 있는 능력있고 경험있는 고급인재를 활용할 수 있을만한 재원마련 방안도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 정리=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이글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A Litmus Test For Accounting Reform'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