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최초로 귀화한 서양인은 박연(얀 얀스 벨테브레)이었고,한국을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한 사람은 헨드릭 하멜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네덜란드인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선원이었던 박연은 1628년 일본으로 가던 중 폭풍우를 만나 제주도 해안에 상륙,물을 구하러 나섰다가 관헌에게 붙잡혀 한양으로 압송됐다. 박연은 군사를 훈련하는 관청인 훈련도감에서 대포 만드는 기술을 전수했고,병자호란 때는 직접 전투에도 나섰다. 그는 왕실의 배려로 조선여인과 결혼해 1남1녀를 두었고,'박연'이라는 이름으로 이 땅에 살면서 생을 마쳤다. 하멜 역시 1653년 일본으로 항해하다 태풍을 만나 표류하던 중 제주도로 떠밀려 왔다. 이후 13년 동안 조선에 억류되었다가 탈출에 성공,고국으로 돌아가 쓴 책이 '하멜표류기'이다. 조선의 지리 풍속 교역 등을 수록한 이 소책자가 출간되자 그 파장은 엄청났다고 한다. 당시는 신세계 발견 등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고조돼 있던 시기여서 이 책은 마치 경쟁하듯 독어 불어 영어판으로 출간됐다. 세계무역을 주름잡았던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1천?급의 대형상선을 '코레아'호(號)로 명명해 조선과의 직교역을 시도했고,중국과의 교역을 위한 교두보로 조선을 지목했다. 하멜의 기록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서양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 국제문화협회와 네덜란드대사관은 이같은 하멜의 공로를 기려 지난 80년 하멜이 상륙한 남제주군 안덕면의 용머리해안에 '하멜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주한 네덜란드인들은 그들의 친목모임이름도 '하멜클럽'으로 정해 이번 월드컵경기에서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기도 하다. 박연이 한국에 귀화한 지 거의 4백년 만에 한국 축구팀의 감독인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에게 명예국적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으며,우리 이름 지어주기 바람이 불고 있다. 네티즌들간에는 히딩크를 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수 세기를 뛰어 넘는 네덜란드인과의 인연이 여간 예사롭지 않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