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꺽고 8강에 진출한 기적을 연출한 것은 튼튼한 수비와 미드필드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홍명보 김태영 이영표 등 주전 수비수들이 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값진 성과였다. 공격수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공격을 돕는 "빛나는 조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8강 신화를 엮어냈다. 이탈리아전에서 가장 훌륭하게 조연역할을 수행한 선수는 연장 후반 11분 안정환의 천금같은 골든골을 어시스트한 이영표(25). 그는 화려한 발재간이 돋보이는 대표팀의 주력 미드필더이다. 본선을 앞두고 다쳐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나름대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지만 이날 정확한 왼발 패스로 골든골을 도와 그동안의 맘고생을 한번에 털어버렸다. 이영표는 특유의 강철체력에다 1백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스피드,국내 정상급 드리블 실력을 두루 갖춘 미드필드의 재간꾼이다. 그 중에서도 특유의 "헛다리 집기"묘기로 상대 수비수를 제치는 드리블 실력은 종종 교착상태의 경기에 생기를 불어 넣는 동시에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다. 수비수 중에선 김태영(32)의 플레이가 단연 두드러졌다. 김태영은 이날 경기에서 후반 17분 스트라이커 황선홍과 교체될 때까지 쉴새없이 뛰며 이탈리아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특히 전반 7분 이탈리아 공격수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팔꿈치에 코를 부딪히는 부상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교체순간까지 투혼을 발휘,한국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김태영은 최근 영국 로이터통신이 선정한 "조별리그 베스트11"에 올랐을 정도로 서구 언론에서도 제 기량을 인정받은 대표팀의 간판 수비수. 김태영은 이탈리아전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피드와 투지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면서 "16강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선언,8강 진출에 대해 강한 집념을 보였다. 지난 14일 포르투갈전에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인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는 활약을 펼쳤던 수비형 미드필더 송종국(23)도 이탈리아전에서 연장전까지 1백20분동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탈리아전의 수훈갑이 됐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포르투갈전에 대한 선수 평점을 매기면서 피구에 5점,송종국에 최고인 9점을 줬을 정도로 송종국의 수비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송종국은 히딩크호의 황태자로 꼽힐 만큼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다. 히딩크 체제 출범 이후 33경기 연속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출장했으며 이중 30경기 연속으로 선발 출전했다. 몸싸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근성과 체력을 갖고 있는 "터프가이" 미드필더 김남일(25)은 이날 후반 22분 이천수와 교체될 때까지 황소같은 투지를 불태웠다. 김남일은 대표팀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힐 만큼 특히 히딩크 감독이 주문하는 압박축구를 가장 잘 소화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잉글랜드 및 프랑스와의 평가전을 통해 잉글랜드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폴 스콜스와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에 족쇄를 채워 전세계 매스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월드컵 조별예선 3경기를 풀타임 출전,체력적인 검증까지 마쳐 유럽 스카우트들의 집중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맏형" 홍명보(33)는 한국대표팀의 버팀목이자 "정신적인 지주". A매치 1백30경기 출전기록을 세운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대표팀의 주장이면서 특유의 노련미로 고비마다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월드컵 D조 예선리그 3경기 무패(2승1무,1실점)를 이끈 데 이어 이탈리아전에서도 단 1점만을 내주며 8강진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