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 대표주자들이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한때 벤처업계의 리더였지만 이제는 자신이 창업했던 기업에서 물러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정문술 미래산업 전 대표,이민화 메디슨 전 회장,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전 대표와 7월 중 회사를 떠나는 이금룡 옥션 대표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을 맡았던 정문술 미래산업 전 대표는 지난 2001년 1월 회사 대표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준 뒤 등산 등으로 소일하며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 개인사무실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만날 뿐 업무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미래산업 계열사의 A사장은 "올들어 한 번도 정 전 대표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강연과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고 있지만 정중하게 모두 거절하고 있다. 지난 4월 농업인들의 간곡한 권유에 못 이겨 충남 금산에 있는 '벤처농업대학'학장직을 맡았지만 이 대학은 명칭만 대학일 뿐 정규대학과는 거리가 멀다. 월 1회 정도 폐교에 모여 농촌의 발전방안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정 전 대표는 자신도 농촌 출신인 만큼 농민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학장직을 수락했다. 이 모임의 강사는 주로 삼성경제연구소 소속 연구원(박사)들이며 이들 역시 무보수로 강의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한 이민화 메디슨 전 회장은 작년 10월 회사 부도로 이사회가 해체되면서 메디슨을 떠났다. 이 전 회장은 메디슨의 자회사였던 메디링스 김문수 전 대표가 지난 3월 세운 의료벤처연구소 고문을 맡고 있다. 의료벤처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시작한 것. 이 전 회장은 개인비서를 통해 "언론인들과는 아직 만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옥션의 설립자 이금룡 대표는 7월2일 임시주총 때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이 대표는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몇몇 기업을 대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옥션의 새 대표이사는 이재현 전 두루넷 대표가 맡을 예정이다. 한글과컴퓨터 이찬진 전 대표는 한컴 지분을 정리하고 나와 지난 1999년 인터넷 포털 드림위즈를 설립,다시 한번 벤처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설립 3년 만에 드림위즈를 매출액 1백억원을 바라보는 인터넷 포털 4,5위권(방문자수 기준) 업체로 성장시켰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임직원에게 나눠준 뒤 지난 2000년 4월 은퇴한 이디의 박용진 전 사장은 2년째 북한산 등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여전히 점퍼 차림에 벙거지 모자를 쓴 채 한 손에 비닐봉지,다른 손엔 집게를 들고 등산객이 버린 휴지와 깡통을 치우고 있다. 이계주·박준동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