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6.13 최대격전지..우근민.신구범 박빙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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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이냐 신구범이냐.'
제주도가 6·1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신구범 한나라당 후보와 우근민 민주당 후보가 제주도지사 자리를 놓고 '10년전쟁'의 마지막 승부를 펼치고 있다.
13일 개표 내내 두 후보는 5%내외의 표차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막판까지 누가 이길지 모르는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월드컵에 가려 대부분 지방의 유권자들이 개표상황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제주도민들 만큼은 손에 땀을 쥐면서 개표전을 지켜봐야 했다.
이들 두 후보의 치열한 접전을 반영하듯 이 지역 투표율은 68.9%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투표가 끝난 뒤 방송 3사가 실시한 출구 조사에서도 엇갈린 결과가 나올 정도였다.
MBC의 출구조사 결과 신 후보가 49.3%,우 후보가 47.7%로 신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BS의 출구조사에서는 우 후보가 51.5%, 신 후보가 46.1%로 5.4%나 앞선 것으로 발표했다.
이같은 개표상황 및 출구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우 후보와 신 후보는 영원한 '맞수'다.
제주도지사를 놓고 싸운 것만 이번이 세번째다.
지금까지 전적은 1승1패.지난 95년 첫 지방자치 선거때는 신 후보가 이겼다.
98년 2대 선거때는 반대로 우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기 전에도 두 후보는 제주 지사직을 한차례씩 나눠 가졌다.
우 후보가 91년 8월부터 93년 12월까지 관선 도지사로 일한 뒤 '바통'을 신 후보에게 넘겼다.
신 후보는 관선 도지사로 일하다 민선 도지사가 된 셈.
이들의 전쟁에 다른 후보들은 끼어들 틈이 없다.
10년째 계속되는 그들만의 전쟁에 53만 제주도민들은 '질렸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모습이다.
그런 만큼 이번 선거에 두 사람은 온 힘을 쏟았다.
'라이벌'임을 증명하듯 그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도 모두 오차범위를 넘지 않을 정도의 접전이었다.
수차례 선거유세에서도 비슷한 청중 수를 보여 정보기관조차 승패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았다.
신 후보는 우 후보가 도지사 사무실에서 고모씨의 가슴을 만졌다며 공격했다.
우 후보는 고씨를 무고혐의로 고소하는 등 정면 대응했다.
두 사람이 맞수인 것은 그동안의 인생역정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 후보는 총무처에서,신 후보는 농림부에서 공직생활을 한 관료 출신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이겨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제주출신 공무원 모임인 제공회(濟公會)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업무 스타일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신 후보는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축협회장으로 일할 때는 농협과의 합병에 반발해 국회에서 할복하기도 했다.
반면 우 후보는 매우 신중한 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