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수기 시장 규모는 9천억원 수준이다. 모두 80여개 되는 정수기 회사들의 매출액 합계를 근거로 추산해본 수치다. 올해에는 시장규모가 1조원선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GDP를 감안할때 한국의 정수기 시장은 일단 규모면에선 세계 정상이다. 이 정수기 시장에서 웅진코웨이개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두주자다. 한국에서 정수기 대중화 바람을 일으키는 등 시장 자체를 '창조'하면서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 왔다. "렌털 개념을 도입해 정수기 대중화를 실현했습니다."(경영기획실 김형관 팀장) 웅진코웨이개발은 정수기 판매와 애프터서비스 등 웅진그룹의 정수기 사업에서 중추 역할을 해온 회사다. 계열회사인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생산을 담당해 왔다. 웅진코웨이개발은 외환위기 한파가 심각할 시기인 1998년 봄 임대료를 받고 정수기를 빌려주겠다는 '캠페인 같은 광고'를 내걸었다. 정수기는 보통 개당 1백만원이 넘는 고가품이다. 이 회사 경영진은 가격 부담으로 정수기를 사지 못하는 잠재 고객들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 아래 '모험'을 감행했다. 제품별로 월 임대료 2만6천-5만1천원에 정수기를 빌려주는 렌털 마케팅은 외환위기 여파로 소비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인데도 히트를 쳤다. 다른 정수기 업체도 벤처마킹으로 '렌털 영업'을 모방할 정도였다. 물론 이 회사는 IMF 위기를 가볍게 넘겼다. 올 5월말 현재 웅진코웨이개발의 정수기 렌털 고객수는 1백21만명이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금년말의 렌털 고객수는 1백40만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올해 이 회사 매출 목표는 7천3백80억원이다. 이같은 강력한 마케팅력에 힘입어 웅진코웨이개발은 한국 정수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제 주부들 사이에 정수기를 필수품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돼 있습니다."(김 팀장) 정수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웅진코웨이개발은 경기도 포천에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에는 정수기용 필터를 월 70만개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있다. 웅진코웨이개발은 단순한 판매회사가 아닌, 생산설비도 갖춘 서비스 유통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취급 품목도 정수기에서 공기청정기와 비데로까지 확대했다. 포천공장에는 비데를 월 8만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추어져 있다. 웅진코웨이개발이 정수기로 구축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다른 품목에서도 '골인'에 성공, 전문 서비스 유통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