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자실. 8일 저녁 중국 팀이 브라질에게 무너지자 이를 지켜보던 1억 중국 치우미(球迷.축구 팬)들의 마음도 무너져 내렸다. TV앞에 모였던 중국인들은 자국 팀의 대패(大敗)를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시내 곳곳에 마련된 TV중계 응원장에 모였던 치우미들은 뒷정리 할 생각도 잊고 모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흩어졌다. 치우미들은 중국 팀의 무력함에 허탈해 했다. 그들은 전반 시작 후 약 15분동안 중국 팀이 강호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자 "이변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15분쯤 첫 골을 허용한 이후 시종 무력한 모습을 보이자 "중국 축구는 역시 우물안 개구리였다"며 탄식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경기에 대해 "중국 팀은 한국이 보여준 월드컵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브라질전의 패배로 중국 내 한국 주가가 높아지고 있는 것. 현장을 중계하던 CCTV는 "중국 팀은 경기 처음에는 제법 빨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지도 않았고, 강하지도 않았다"며 "물론 중국 팀 체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북경)의 치우미들은 이날 저녁 중화세기단 공인체육관 시단(西單) 등의 광장에 대형 TV스크린을 보며 중국 팀을 응원했다. 각 광장에는 중국 팀 유니폼을 입은 치어리더들이 등장, 응원을 이끌어 가는 등 분위기를 돋우었다. 중화세기단의 경우 오후 5시(현지시간)에 접어들면서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경기가 시작된 7시30분에는 약 5백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행사를 주최한 베이징 지(紙) 천바오(晨報)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밴드단 연주, 공차기 경기, 월드컵 퀴즈 대회 등을 마련해 시민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중화세기단에 세 가족과 함께 나온 차이광위(蔡光玉.45)씨는 "이렇게 많은 베이징 시민들이 함께 모여 축구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비록 오늘 경기는 졌지만 세계인이 참여하는 축제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가 우승후보중 하나로 꼽히는 이탈리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전세계 주요 외신들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가 무너졌다"며 이변을 긴급 타전했다. 영국 BBC는 8일 "동유럽의 크로아티아,이탈리아를 혼내주다"란 제목으로 보도하며 빗장수비로 정평이 난 "아주리군단"이 흐리멍텅한 플레이를 펼쳐 이변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방송은 또 크로아티아가 1골을 먼저 잃었으나 상대팀의 수비진이 명성에 걸맞지않게 흐트러지는 것을 절묘하게 이용,허를 찔렀다고 전했다. 프랑스 AFP 통신도 "미르코 요지치 크로아티아 감독의 전술이 크게 보상받다"라는 제하에 98년 프랑스대회 득점랭킹 1위 다보르 슈케르 대신 알렌 복시치를 선발 출장시킨 것이 결정적인 승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최강으로 평가되던 이탈리아의 수비가 예전같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월드컵이 인도네시아의 범죄예방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일간 리퍼블리카는 최근 자카르타시 경찰의 일부 관할구역에서 하루 평균 10여건이던 범죄 발생건수가 이달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축구광이 많기로 소문난 인도네시아에서는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범죄자도 잠시 '휴업'하고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경찰로서는 범죄감소를 무턱대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 '도박 사랑'이 남다른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월드컵 경기로 내기를 즐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독일 직장인들이 근무시간에 월드컵을 시청함으로써 기업이 입게 되는 손해는 최소 10억유로(약 1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독일 경영컨설팅사의 조사결과 나타났다. 또 독일이 4강에 진출할 경우 추가로 3억1천2백만유로(약 3천7백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월드컵이 유럽에서 개최될 때와 달리 한국이나 일본과의 시차로 인해 TV중계시간은 독일 시간으로 오전8시부터 오후3시가 돼 근무시간과 겹치게 된다. 이 컨설팅사가 은행 등 서비스업종의 근로자 약 1천5백만명을 대상으로 근무실태를 추계한 결과,약 33%가 "근무중에 TV와 인터넷으로 월드컵을 보겠다"고 했으며 이중 9%는 "모든 경기를 보겠다"고 답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조재길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