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문제가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이다. 회사측은 엊그제 이사회를 갖고 오는 7월24일 임시주총을 열어 경영진을 재편하고 정관도 일부 개정하는 등 구조조정을 위한 새로운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는 보도다. 지난 1일에는 전환사채(CB) 3조원어치가 주식으로 전환돼 채권단이 8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부상했고 회사분할을 위한 도이체방크의 실사도 순조롭게 진행중이어서 오리무중이었던 하이닉스 문제는 조만간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총을 통해 정리방안을 확정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풀어야 할 과제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지난 97년 기아자동차가 그랬듯이 하이닉스 문제에 정치논리가 개입할 가능성이다. 채권단이 절대지분을 확보한 대주주가 되었기 때문에 주총에서의 의사결정은 비교적 무리없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칫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예기치 않은 장애가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소액주주들이 조직적인 반발을 보여왔던 데다 지자체 선거과정에서 일부 단체장 후보들이 독자생존에 무게를 두는 발언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은 상황이다. 민주·한나라 양당이 모두 정부 및 채권단과의 협의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번 만큼은 기아자동차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치권의 이해와 자제가 있어야 하겠다. 하이닉스 처리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은 역시 정부와 채권단의 자세다. 채권단이 비록 대주주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채권단의 이해관계만 우선해 관철시키려 해선 안될 것이다.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채권단이 마련한 하이닉스 해법을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도 조화로운 방안을 모색해주기 바란다.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고 이는 역으로 정치논리를 끌어들이게 될 것이란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하이닉스 문제를 단순히 지난 4월말 양해각서가 부결되기 이전 단계로 되돌려 놓는다는 생각이어서는 안되겠다. 신규자금 지원 불가,독자생존 불가 등을 미리부터 전제하고 든다면 하이닉스 해법은 자칫 미궁으로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부실채권을 정리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반도체산업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