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축구 '10년 양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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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3국이 펼친 월드컵경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5일 아침.전날 월드컵 경기에서 패배한 여파인지 기자가 만난 중국 친구의 마음은 찌푸린 날씨만큼이나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다"고 했다.
그리고 "왜 중국만 져야 했냐"며 푸념했다.
사실 4일 하루 중국인들의 심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중국 팀이 대 코스타리카전에서 전반을 무승부로 끝냈을 때는 희망에 부풀었고,패배했을 때는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이후 일본이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선전하고,한국이 폴란드를 눌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허탈감은 즉각 좌절감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중국은 안돼"라는 자괴감으로 그날 밤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먹구름 사이로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듯 지금 중국에는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체육전문 TV방송인 CCTV-5의 축구전문 아나운서인 류젠훙(劉建宏)씨가 제안한 '10년 양병론'이 그것이다.
현실을 똑바로 보고 한국을 배우자는 게 그 핵심이다.
그는 "한국은 과거 월드컵에 다섯차례 진출했지만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 대회에서는 0-5의 참패도 맛봤다.
그런 한국이 10년 이상 월드컵에 공을 들이며,선진 축구를 받아들인 결과 이제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 해법을 한국축구에서 찾았다.
이어 "중국이 월드컵에 처녀 출전해 첫 경기에서 2-0으로 진 것은 괜찮은 승부였다"고 중국인들을 위로한 뒤 "그러나 중국도 한국처럼 청소년 축구를 육성하고,국가차원의 지원을 하는 등 10년 앞을 내다보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랬을 때 10년 후 중국은 오늘의 한국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특성을 표현할 때 흔히 '만만디(慢慢的)'라는 말이 거론된다.
'느리다'는 뜻이다.
이 말은 그러나 행동이 느리다는 것은 아니다.
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서두르지 않고 꼼꼼히 챙기며 나아간다는 뜻에 가깝다.
류젠훙씨는 우공이산(愚公移山,꾸준히 노력하면 산도 옮길 수 있다)의 정신을 축구에 접목시키려 하고 있다.
'10년 양병론'이 실현된 이후의 중국축구가 기대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