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시를 떠나는 외국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도쿄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도쿄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 수는 지난 5월말 현재 36개사에 불과,피크였던 지난 91년 12월의 1백27개사에 비해 약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외국기업들이 도쿄증시 상장을 폐지하고 일본을 떠나는 이유는 주식시장이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투자자들의 무관심으로 거래마저 극히 부진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다국적 자동차메이커인 스웨덴의 볼보가 제출한 상장폐지 신청서가 수리돼 증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볼보는 일본측 대리인 변호사를 통해 제출한 이유서에서 "상장을 유지하는 비용에 비해 실익이 없고 거래량도 너무 적다"는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연간 80만엔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다 유가증권보고서의 일본어판 발간 등으로 매년 2천만엔의 돈을 써야 되지만 얻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86년 12월에 상장된 볼보의 도쿄증시 거래량은 지난 96년 하루 평균 5백54.5주에 달했으나 2001년 62.2주로 9분의 1수준까지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는 거래가 성립된 날조차 36일밖에 안돼 이름만 상장이지 휴면 상태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도쿄증시 외국부는 자본거래의 국제화에 발맞춰 지난 73년12월 개설됐으며 일본경제가 절정을 향해 달리던 87년에는 연간기준으로 가장 많은 36개 외국기업을 상장시키기도 했다. 외국기업들은 증시자금 조달뿐 아니라 일본시장에서의 지명도 제고 등 간접 선전효과를 노려 앞다퉈 도쿄증시 상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버블경제 붕괴 후 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냉각된 것과 함께 주가가 바닥까지 추락하자 상장 외국기업의 수도 92년부터 10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본 증권 전문가들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이 매년 꾸준히 증가,올해 1월 현재 4백50개사에 달하는 것에 비해 도쿄증시의 부진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고 말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