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에도 지역 편차가 뚜렷하다. 서울 등 수도권은 열기가 한껏 달아오른 반면 젊은이들이 많지 않은 농촌지역에서는 오히려 6.13 지방선거 분위기가 더 짙다. 월드컵 개최도시 간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 울산 대구 등 '빅게임'이나 준비캠프를 유치한 도시에는 월드컵 열풍이 불고 있지만 대전 광주 제주 등은 개최도시답지 않게 썰렁하다. ◆ 개최도시간 희비 엇갈려 =서울 등 수도권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도심 전체가 월드컵 열기로 가득차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야제와 개막식 등 월드컵 관련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면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브라질 스페인 터키 등 축구 강호 3개국의 준비캠프를 유치한 울산도 이들 나라의 축구팀과 기자단, 응원단 등 1만여명이 일찌감치 몰려들면서 도시 전체가 흥분하고 있다. 울산시는 '준비캠프 특수' 등으로 7백억원 이상의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구도 월드컵 수혜도시 중 하나. 권태형 대구시 월드컵 지원반장은 "한 달 전만 해도 40%선이던 호텔 예약률이 최근 70%선을 넘어서고 있고 각종 문화행사 등으로 월드컵 분위기가 급속하게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는 열리지 않지만 준비캠프를 유치한 경남 남해군(덴마크), 성남(코스타리카), 천안(우루과이), 강릉(남아공) 등은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천년 고도 경주도 대구 부산 울산 등 주변 3개 지역이 월드컵 개최 도시여서 월드컵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 광주와 제주 등 다른 개최도시에선 분위기가 쉽게 달아오르지 않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광주시는 오는 6월4일 중국과 코스타리카의 경기가 열려 사상 최대 중국 특수가 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금까지 숙박시설 예약자 수는 당초 예상인원 2만∼3만명을 훨씬 밑도는 7천여명(중국인 3천여명)에 불과하다. 제주.서귀포의 표정도 어둡기는 마찬가지. 중국-브라질전(6월8일), 슬로베니아-파라과이전(6월12일), 16강전(6월15일)이 열리는 도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상인들은 월드컵대회 기간중 '중국 특수'에 많은 기대를 걸었으나 월드컵 관광상품 가격이 비싸고 까다로운 비자 발급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10만명은 커녕 2만명에도 못미칠까 걱정이다. 부산시는 월드컵 경기가 6월2,4,6일에 집중돼 7일 이후 분위기가 급랭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산시는 월드컵 기간중 외국인 관광객 수가 3만2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예약이 완료된 객실은 2천6백5실로 예약률이 17.6%선에 그치고 있다. 관심을 끌만한 빅경기가 없는 대전은 더욱 심각하다. 대전시가 도심 곳곳에 설치한 홍보 광고물과 달리 호텔 등 숙박업소와 상가에선 "월드컵기간 한 달 간 파리만 날리게 됐다"고 울상이다. ◆ 농촌, 6.13 선거 열기가 더 뜨거워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농촌 등 중소 지방도시에서는 월드컵 열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곳에서는 바쁜 농번기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6.13 지방선거 열기가 더 뜨겁다. 월드컵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한상한 경상북도 자치행정 과장은 "농촌지역의 경우 농번기여서 다른 일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 월드컵과 관련해 별다른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며 "오히려 노인분들은 지방선거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철씨(69)는 "이번주부터 모내기가 한창인데 월드컵 구경할 시간이 어디 있냐"며 "지방선거나 월드컵 때문에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인건비만 오르고 있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