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3년물 금리가 열하루만에 6.2%대로 하락했다.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미국 재무부채권 금리 혼조, 국내외 주가 하락 등을 바탕으로 채권 시장은 매수우위 장세가 형성됐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유가가 공급량 증가 기대로 엿새째 하락하고 달러/원 환율의 하락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물가 우려를 희석시켰다. 박승 총재가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언한 데다 국채 선물이 외국인 매수세로 급등한 것도 현물 매수세를 부추겼다. 최근 들어 투신사 MMF에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고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게)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지원한 것도 수급 기대를 키우며 시장 분위기를 호전시켰다. 29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6.28%를 기록했다. 거래는 오전중에는 거의 없다 오후 들어 늘기 시작했다. 5년 만기 국고채권 2002-5호 수익률도 0.04%포인트 하락한 6.71%를 기록했다. 통안채 2년물과 1년물은 각각 6.09%, 5.43%로 전날보다 0.03%포인트씩 하락했다. 회사채 금리 역시 하락했다.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가운데 AA- 등급 수익률은 0.05%포인트 하락한 7.03%를, BBB- 등급 수익률은 0.04%포인트 하락한 10.99%를 각각 가리켰다. 국채 선물 가격은 큰 폭 상승했다. 6월물은 전날보다 0.28포인트 상승한 104.23을 가리켰다. 지난 3월 12일 3월물이 104.37을 기록한 뒤 최고 가격이다. 거래량은 4만5,808계약을 기록, 전날이 1만6,864계약보다 크게 늘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은행과 투신사가 각각 3,984계약, 1,394계약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4,646계약, 968계약 순매수했다. ◆ 수급 호조세, 정책도 우호적 = 최근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채권 시장 수급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43조7240억원까지 감소했던 MMF 설정액은 지난 27일 현재 46조4,097억원으로 회복됐다. 한국은행은 29일 환매조건부채권(RP) 2일물 매입을 통해 시중에 4조원을 지원했다. 통화 당국의 정책 또한 아직은 우호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MBN과의 특별대담에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와 저금리 기조를 조기에 접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박 총재는 이어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6%를 상회하고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4% 수준으로 전망된다"며 "지금부터라도 물가 안정대책을 세워야 하며 하반기에 물가가 많이 오를 경우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미국 시장이 관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일 미국에서는 별다른 경제 지표가 발표되지 않아 채권 시장은 주식 시장에 연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선물의 안효성 대리는 "어제와 오늘을 합쳐 외국인이 선물을 7,214계약 순매수했는데 미국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지 않으면 이것이 언제라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며 "외국인 선물 매도세가 선물 약세, 현물 금리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시티살로먼스미스바니는 오는 31일 발표되는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대비 3.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월 상승률 2.5%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최근의 환율 하락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달러 약세가 지속돼 연말 달러/원 환율은 1,200원선 전후를 기록하고 내년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