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KT인수전에서 1대주주로 올라서는 '기습전'을 펼치자 전력 가스 등 앞으로 예정된 굵직한 사업들의 민영화 과정에서 SK와 다시 맞서야 할 대기업들에 'SK 경계령'이 떨어졌다. 이번 인수전에서 허를 찔린 삼성은 물론 앞으로 한전 발전자회사 민영화,한국가스공사 민영화,현대석유화학 매각 등에서 또다시 SK와 경쟁해야 할 LG도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은 KT지분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유·무선 통신시장이나 통신장비시장 등에서 SK를 견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삼성은 SK가 KT 1대주주로 올라선데 따른 재계의 판도변화나 통신기기 장비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면서 대응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EB(교환사채)청약이나 증권거래소 시장을 통한 KT주식 매입 등의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이번 KT 주식공모에서 당초 계획했던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상징적인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입장이다. KT에 대한 장비공급업체로서 KT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EB 청약에도 배정된 물량만큼 청약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LG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화학·에너지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 주력업종이 겹치는 SK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기업보다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력 가스분야를 놓고 연이어 벌어질 민영화 M&A시장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해 나선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전 자회사나 가스공사의 민영화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한화 삼천리 등도 SK에 당하지 않도록 인수계획과 전략을 더욱 치밀하게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SK 관계자는 "KT 지분을 인수하는데 2조원이 약간 못되는 자금이 들어가고 발전자회사나 가스공사 민영화에도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는 각 계열사 등이 알아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전자회사 등의 민영화에 참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이나 LG 등이 이처럼 SK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SK가 'M&A(기업인수합병)의 귀재'라는 점을 크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1970년대만 해도 재계순위 10위권 밖이었던 SK는 80년대에 경쟁사들을 교묘히 따돌리고 대한석유공사(현 SK주식회사) 인수에 성공,단숨에 재계 5위로 뜀박질했었다. 이같은 대형 M&A사업을 손길승 회장이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는 또 90년대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재계 3위로 뛰어오르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 99년 말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할 때 '소규모 합병' 방식을 내세워 소액주주들의 반대를 원천 봉쇄했던 '전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