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글로벌전략 어떻게 짤까 ]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갖춘 핀란드는 글로벌화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삼는다.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죽는다(Globalize or Die)'라는 인식을 가질 정도다. 시장이 좁은 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공통적이다. 수출을 하거나 해외로 진출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시장 역시 좁다. 따라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다만 방법과 전략이 문제다. 글로벌 전략은 크게 직수출, 해외단독투자, 합작투자, 해외기업 인수합병, 해외 연구개발센터 구축, 다국적기업화 등의 방안이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중소기업주간(5월20~25일)을 맞아 한국의 중소기업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중소기업 글로벌 전략'이라는 주제로 최근 산업자원부 장관실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김낙훈 한국경제신문 벤처중기팀장 사회로 신국환 산자부 장관, 김영수 기협중앙회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터보테크 대표), 강선중 크로바케미칼 회장,박기석 시공테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업체 대표들은 대부분 10~30년 동안 제조업체를 경영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온 기업인들이다. [ 참석자 ] 신국환 < 산업자원부 장관 > 장흥순 < 벤처기업협회장 > 박기석 < 시콩테크 사장 > 김영수 < 기협중앙회장 > 강선중 < 크로바케미칼 회장 > ** 사회 : 김낙훈 < 한경 벤처중기팀장 > ----------------------------------------------------------------- 사회 =국가 차원이건 기업 차원이건 수출은 중요하다. 최근의 수출현황은 어떤가. 신국환 장관 =침체됐던 수출이 지난달에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4월중 통관기준 수출은 1백32억9천2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7% 늘었다. 하지만 물량 중심의 수출확대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을 감안해 수출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베터 퀄리티, 베터 프라이스(better quality, better price)'라는 고가화전략을 펴야 한다. 중소기업도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수출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벤처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가 앞으로 수출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장흥순 회장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의 수출은 56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3.7%를 차지했다. 매년 성장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올해도 분명히 신장될 것으로 본다. 휴맥스를 비롯해 단일품목으로 1억달러 이상 수출하는 벤처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사회 =중소기업들은 바이어를 찾는 일에서부터 신용조사를 하고 거래를 성사시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애로를 겪고 있는가. 김영수 회장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할때 상대국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진출시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중 하나다. 특히 요즘에 부쩍 투자가 늘고 있는 중국에 대해 너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저가품 시장이라고 하는게 대표적인 예다. 이미 중국도 상당부문에서 최고의 기술수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장 회장 =중국 정부정책은 일관성이 있다. 때문에 항상 유리한 위치에서 계약을 성사시킨다. 중국에서 저가제품을 생산해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중국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들을 수도 없이 만들고 있다. 박기석 사장 =중국의 경우 정보가 부족한게 가장 큰 문제다. 중국 주재 한국 공관을 가면 전반적인 정보는 많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첨단산업, 신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구하기 어렵다. 어떤 사업을 위해 중국내 어느 부서를 접촉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산업에 대한 정보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제공해야 한다. 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은 모두가 비즈니스맨이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외교공관이나 KOTRA 등 해외 공관 모두를 '비즈니스센터'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가경쟁력이 생긴다. 신 장관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중소기업들이 해외진출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 해외협력방안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생각이다. 사회 =외환위기 이후 주춤하던 해외투자가 다시 늘고 있다. 원자재나 시장을 찾아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과연 해외투자가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고 있는지, 또 실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강선중 회장 =우리 회사(크로바케미칼)는 필리핀에서 독극물 등 특수품 운반용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가격경쟁에 휘말려 고전했다. 하지만 가격보다 품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용기에㎸癰걍珦?담아 운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안되기 때문에 품질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가격은 물론 경쟁사들보다 더 비쌌지만 몇 년 뒤 경쟁업체들은 스스로 문을 닫았다. 거래처들이 우리 제품만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필리핀 내수는 물론 제3국으로 수출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해외투자는 자사의 강점을 철저히 살리는 전략을 추구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신 장관 =성공적인 글로벌전략 추진을 위해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냉혹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고급인력과 생산직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종합적인 인력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 회장 =국내 산업현장은 인력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고급인력은 중소기업을 외면한다. 외국인 산엽연수생이 생산현장을 대체하고 있으나 불법체류자 문제로 사회의 시선이 따갑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로 나가려 한다. 외국인 불법체류자 양성화와 함께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20만명까지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강 회장 =병역특례 요원을 확대해 중소기업 현장 인력으로 보내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사회 =단순한 제품의 품질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박 사장 =매년 무역의 날 행사에서는 수출물량을 잣대로 포상하고 있다. 이젠 아이디어로 신상품을 만들어내 시장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질적인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콘텐츠나 영화 전시관 등을 수출할 경우 비록 수출액은 적어도 이를 우대하고 격려해야 한다. 일반 제조상품에 비해 훨씬 부가가치가 높고 또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적극 지원하는 풍토가 아쉽다. 장 회장 =우수한 상품을 해외시장에 팔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형성도 중요하다. 아이디어 디자인 못지 않게 네트워크망도 수출경쟁력의 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 예로 중국은 화교 네트워크, 이스라엘은 유태인 네트워크가 있다. 한국은 한민족 글로벌 벤처네트워크(INKE)가 있다. 이 네트워크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를 적극 이용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사회 =다른 나라에서 사업해 성공하려면 문화적인 갈등을 이해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예컨대 소니는 인도에 진출하기 전에 오랜동안 힌두교 사원에 대한 기부 등을 통해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강 회장 =자금을 투입해 해외진출을 하려면 장기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이익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서는 안된다. 그 나라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고 후원하는 밑바탕이 깔려 있어야 한다. 문화적으로 동질화되면 수익은 투자액의 몇배가 돼서 돌아온다. 김 회장 =수출하기에 앞서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호간의 신뢰 속에서 윈윈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 대상국가의 문화를 몸으로 느끼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지화를 통해 문화적 차이를 극복했다면 수출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신 장관 =여기에 참석한 중소기업인 여러분이 수출과 글로벌 전략에 대해 좋은 의견을 많이 제안해 주셔서 감사하다. 정책 수립에 참고하겠다. 이제는 중저가 중심의 수출전략을 바꿔야 한다. 고품질의 상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때가 됐다. 외형 중심의 수출정책에서 경쟁력 중심의 내실정책으로 바꿔 나갈 생각이다. 중소기업들도 이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정리=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