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하루만에 소폭 상승했다. 전날 미국의 경제 지표 악화로 재무부 채권 금리가 내려 하락 출발한 뒤 주가 등락을 따라 보합권 안에서 오르내렸다. 장 막판 주가가 나스닥 선물 상승 등으로 상승폭을 키우자 국채 선물은 하락 전환하고 현물 금리도 보합권 안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금리가 박스권 하단일 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상단일 때는 매수참여가 느는 현상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박스권의 중립 위치인 현 수준에서는 금리 오르내림이 제한됐다. 한국은행이 통안채 창구판매를 실시하지 않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등 수급 요인은 다소 우호적이었지만 주말 분위기와 오는 22일 발표되는 GDP 성장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거래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 금리 6.30%대 등락 = 17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0.01%포인트 상승한 6.32%를 기록했다. 6.28%로 하락 출발한 뒤 오전중 주가 강세로 보합으로 복귀했다. 오후 들어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으나 작 막판 상승 전환했다. 5년 만기 2002-5호 수익률은 전날과 같은 6.82%를 기록했다. 통안채 2년물은 6.16%로0.01%포인트 상승했으며 1년물은 전날과 같은 5.45%를 기록했다. 회사채 금리도 보합권에서 소폭 상승했다. AA-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0.01%포인트 상승한 7.10%를, BBB- 등급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전날과 같은 11.06%를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하루만에 반락했다. 6월물은 전날보다 0.06포인트 하락한 103.71로 마감했다. 강세로 출발해 103.90까지 올라갔으나 장 막판 하락 전환했다. 거래량은 이틀째 감소해 3만4,493계약에 불과했다. 전날보다는 4,555계약 적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1,153계약 순매도한 반면 투신사는 2,739계약 순매수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시중에 지준 자금이 부족하고 이번 주 들어 이미 통안채가 1조원어치 순발행된 것을 감안해 통안채 창구판매를 실시하지 않았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 3일물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3조5,000억원 지원했다. ◆ 박스권 장세 연장될 듯 = 다음주 초반에는 1/4분기 GDP 발표가 예정돼 있다. 또 지준일 자금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KT 민영화 자금 5조원 납입이 이뤄진다. 이 같은 요인이 시장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둔화 내지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고 이 같은 추세는 다음주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금리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에서는 20일 발표되는 4월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3일 발표되는 4월 내구재 주문은 전달의 감소세를 접고 상승세로 돌아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급 심리 또한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견조한 경기 회복을 예상하고 대부분의 기관들이 듀레이션을 짧게 유지했고 국내외 주가 폭락과 반도체 가격하락, 경기지표 혼조세로 당분간 금리 급등 우려가 낮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최재형 대리는 "캐리 목적의 매수세가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며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채권 매물 출회가 많지는 않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대리는 "앞으로도 금리 상승시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기대되고 박스권 하단 도달시 차익매물이 출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음주 3년물 국고채 금리도 6.2∼6.4% 박스권 안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JP모건은 중규모의 랠리를 전망했다. 이날 JP모건은 '한국시장 전망 및 전략' 보고서에서 "시장이 부정적인 뉴스보다는 긍정적인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며 "중규모형 랠리가 있을 가능성이 연초 이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최근의 장세가 랠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랠리가 이뤄지려면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부진한 경기지표 발표가 계속돼야 한다"며 "경제지표의 혼조세가 예상되고 6.20%에 도달하면 차익 매물이 나올 것이어서 대량 매수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 달러 약세, 금리 안정에 도움될 듯 = 최근 들어 달러/원 환율이 정부의 용인 아래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17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8.20원 내린 1,261.6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해 2월 28일 1,250.80원 이래 15개월 최저치다. 아직까지 환율 하락이 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지는 않지만 금리 상승을 약하게나마 저지하는 이유는 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시티은행의 오석태 지배인은 "환율 하락이 채권 시장에 큰 호재가 되지는 않지만 다른 요인이 겹쳐질 경우 금리 하락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금리 상승을 다소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환율 하락 덕에 인플레이션 우려는 그만큼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JP모건은 원화가 10% 절상될 경우 국내 물가는 1.1% 하락한다고 추정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