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숨고르기를 거쳐 큰 폭으로 오르며 870선을 돌파, 향후 상승 시도가 좀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미국시장이 경제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강보합으로 선방한 데다 나스닥선물이 급등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북미 반도체장비 BB율의 8개월 연속 상승세도 한몫 거들었다. 기관이 프로그램 매수를 대량 유입시키며 거래소 지수관련주가 급등했고 나스닥선물 강세로 장후반 다음을 비롯한 코스닥 인터넷주가 무차별 상한가 입성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800선 바닥을 치고 올라와 일단 한호흡을 가다듬은 뒤 저항선으로 여겨져온 870선을 돌파한 데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미국 경기지표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반영했다"며 "외국인 매도가 주춤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유욱제 수석연구원은 "비록 KT 청약 때문이지만 투신권으로 자금이 많이 들어와 심리호조에 기여했다"며 "나스닥선물 강세로 옵션 만기를 맞는 주말 미국시장에 대한 전망이 좋아 890선 위로 매물이 많지만 상승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미국 시장 영향력 확대 주목 = 그러나 종합지수가 바닥을 차고 올랐으나 추세상승으로 전환하기에는 버겁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5월중 800∼900대의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 최근 지속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로 기관의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인 데다 다음주 KT 민영화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적지않은 부담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와 이에 연동한 프로그램 매수로 지수가 예상 밖의 선전을 보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바다 건너 미국 증시에 고정돼 있다. 연중 최저치를 거듭 급락하고 있는 환율 속락 장세이고 이에 따른 수출모멘텀 약화로 자체 상승 동력이 미미한 가운데 해외시장 눈치 보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시장의 모멘텀이 약화되거나 외국인 매수가 받쳐주지 않을 경우 상승세가 연장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다음주 미국시장과 외국인 동향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라며 "미국 경기에 대한 중기적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어 기술적 반등 상황에서 물량 확대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신영의 김인수 팀장은 "투신과 개인의 참여로 800선을 지키며 반등했지만 900선 돌파는 외국인 도움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880정도가 박스권 고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켠에서는 상승연장 가능성을 타진하면서도 900선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염두에 둔 박스권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환율 급락으로 당분간 수출주보다는 내수주와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는 반도체 관련주가 유리하다는 견해도 피력되고 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