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계에 변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얼굴없는' 전주(錢主)로부터 연 30∼40%의 금리로 대출용 자금을 조달, 연 2백% 넘는 돈놀이를 해오던 것은 이제 '옛일'이 됐다. 최근 등장한 '기업형' 사채업체들은 자금조달처부터 다르다. 국내 저축은행은 물론 일본사채업자로부터 저리(低利)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또 한국소비자금융연합회 한국대부자연합회 등 이익단체를 잇따라 결성하고 공동대출상품 개발과 대출정보 공유도 추진하고 있다. MBA출신의 금융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제도권 금융사 못지 않은 모습을 갖춰가는 사채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자금조달 다양화된다 A&O크레디트,프로그레스 등 국내에서 영업중인 6개 일본계 사채업자들은 지난해 국내 금융사로부터 연 16∼18%의 금리에 약 1천9백억원의 대출용 자금을 차입했다. 이들 일본계 업체들은 최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대호 삼환 원마이너스 등 토종 대형 사채업체들은 지난 3월 에이스저축은행으로부터 연 19%의 금리에 각각 10억원씩을 차입했다. 이달말께에는 또 다른 사채업체 3곳이 총 10억원을 지방 저축은행으부터 차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내 6개 사채업체가 일본소비자금융연합회로부터 연 15%에 총 1백50억원을 빌리기도 함에 따라 사채업체들의 자금창구는 더욱 다양화될 전망이다. ◆연체정보 공유한다 국내 사채업자들의 평균대출금리는 지난 2월말 현재 연 1백69%다. 대출금리가 '살인적으로' 높은 이유로 업계는 조달금리뿐 아니라 '떼이는 돈',즉 연체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금련의 엽찬영 회장은 "사채업체들의 평균 연체율은 약 30%로 제도권 금융사의 10배"라며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서 사채업자들간의 대출정보 공유가 필수"라고 말했다. 한금련은 이를 위해 오는 7월께 전국 2백여 회원사간의 대출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한다. 또 일본계 대금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연리 90%짜리 공동대출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일본계 대금업체의 대출금리는 현재 연 1백% 수준이다. ◆배워야 살아남는다 사채업체들은 고급인력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한금련의 사무국장과 실장자리에는 전직 은행원 출신이 포진해 있다. "향후 MBA출신 등 금융전문가를 적극 유치해 사채업계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게 엽 회장의 말이다. 사채업체는 '일본 대금업 배우기'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3월 한금련의 핵심인력들은 아콤 프로미스 다케후지 등 일본 대형 대금업체를 방문,이들의 영업 노하우를 익히고 왔다. 또 17일에는 일본소비자금융연합회의 다니예스 고문을 초청,'일본소비자금융업의 성공비결'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또 다른 사채업자 단체인 한대련도 최근 어음채권 정보제공업체인 중앙인터빌과 업무제휴를 맺고 사채업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에선 세무ㆍ회계관리,채권추심,분야별 사채상품,마케팅 등에 관한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 팀장은 "이제까지 탈세,폭리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던 사채업자들이 새로운 금융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중"이라며 "사채 폐해를 줄이고 사채업체가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이자상한선을 설정하는 대금업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