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도움이 된다면야 내 나라 남의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서울 부산 대구 등 월드컵 개최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한국에서 본선 조별 예선을 갖는 15개팀을 위한 서포터즈를 결성했다. 이들은 월드컵이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한 단계 높이는 기회인 동시에 해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다른 국가 응원을 자청했다. 이렇게 해서 결성된 서포터즈는 전국에 걸쳐 45개.코리안 서포터즈 전국협의회와 행정자치부 월드컵 아시안게임 지원단이 서포터즈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이들 개최 도시별 서포터즈는 17일 응원전략을 짜기 위해 경기도 일산 현대자동차 연수원에 모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기업인들은 "성심성의껏 지원국을 응원해 한국의 '정(情)'을 세계 곳곳에 알리자"고 뜻을 모았다. 개최 도시 서포터즈로 인해 경기장에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16강전을 치르는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을 응원하는 서포터즈들은 붉은 악마 물결 속에서 상대팀을 응원하는 이색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응원을 마케팅의 기회로 연결시키려는 각 업체들의 전략은 다양하다. 부산의 원양어업업체 해나는 우루과이팀을 응원한다. 이 회사 이명규 이사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은 우리 원양어업의 전진 기지로 선박관련 회사엔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기 때문에 우루과이팀을 지원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산의 우루과이팀 서포터즈 회원 5백66명 가운데 40% 가량이 원양어업 종사자다. INI스틸은 인천에서 경기를 갖는 포르투갈 응원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 회사는 연간 5백만달러의 철강을 포르투갈에 수출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포르투갈 대사를 초청해 인천에서 서포터즈 만찬회를 열었으며 포르투갈 선수들이 입국할 때는 공항에 나가 환영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INI스틸 김종헌 이사는 "서포터즈 활동이 계기가 돼 최근 포르투갈 관계자들이 공장을 시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천에 소재한 보루네오가구는 코스타리카 지원에 나섰다. 효율적인 응원을 위해 응원복과 응원도구도 구입했다. 보루네오는 이같은 서포터즈 활동이 찍힌 포스터를 코스타리카 내에 있는 은행에 배포,회사 이미지를 알리고 있다. 이 회사 박영규 홍보과장은 "대 코스타리카 수출규모는 연간 60만달러 정도로 아직은 미미하지만 이번 월드컵이 사업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순수 자원봉사를 위해 서포터즈를 꾸린 사례도 많다. 음식 프랜차이즈 업체 놀부는 한국과는 별 교류가 없는 세네갈을 응원키로 했다. 이 회사 김순진 대표는 "세네갈은 국력이 약해 자국 응원단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서포터즈를 결성했다"며 "약한 자를 응원하는 게 인지상정인지 현재 2천여명이나 몰렸다"고 말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브라질 서포터즈를 만들었다. 서포터즈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식 현대중공업 축구회장은 "별도로 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지 않지만 직원들의 활동이 자연스레 회사 이미지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서포터즈의 참가국 응원은 해당 국가에서도 화제다. 부산 우루과이 서포터즈의 경우 활동 모습이 우루과이 TV에 방영돼 부산 사무국측에 e메일과 전화로 감사의 메시지가 폭주하고 있다. 슬로베니아는 일본에 있는 겸임대사가 직접 응원용 대형 국기를 보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