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정을 둘러싼 잡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당이 앞다퉈 기초단체장을 상향식으로 선출하기 위한 경선제도를 도입했으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구당 위원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도 하고,조직과 돈으로 선거인단을 장악한 후보가 능력과 무관하게 당선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에 따라 상향식 선출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당 위원장의 부당한 영향력=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선 연일 경선결과에 불만을 품은 지구당원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구당 위원장이 경선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대의원과 일반당원이 참여해 기초단체장을 선출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선거인단 구성은 지구당에 위임했다. 따라서 지구당 위원장이 측근들을 선거인단에 포진시켜 특정 후보를 지원할 경우 허울뿐인 경선이 되기 쉽다. 실제 호남의 한 지역에선 지구당 사무국장이 같은 사람을 여러번 선거인단에 등록해 문제가 됐다. 당 공천심사위는 불만 사례를 면밀히 분석,서울의 은평 양천 금천과 전남 완도 강진 등 5개 지역에 대해 경선을 다시 치르도록 결정했다. 한나라당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의 경우 경선을 실시하기도 전에 "지구당 위원장과 중앙당이 특정인을 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집단 탈당사태를 빚었다. 자민련도 충남 공주시장 경선후보 7명중 3명이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며 탈당했다. ◆조직과 돈이 좌우=한나라당은 요즘 경기지역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행정능력도 검증되지 않았고 전과까지 있는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중앙당에서 경선결과를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경선의 의의가 퇴색할 수밖에 없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구당경선은 주민이 아닌 지역당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평소 돈과 조직으로 선거인단을 포섭하는 '정치꾼'들이 지역민심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후보로 결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경선에서 패배한 한 현역 단체장은 "현역단체장들이 주민들을 만나며 자치행정에 전념할 동안 꾸준히 당 대의원들을 접촉해온 이들이 경선에서 이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지역기반이 취약한 행정전문가의 영입도 어려워지게 됐다. ◆신인·여성 참여 어려워=조직과 돈,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충성도가 경선의 향배를 판가름할 경우 여성과 정치신인의 진출이 어렵게 된다. 민주당의 경우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여성 11명 가운데 서울 강동의 이금라씨와 인천 남동구의 이영환씨만이 후보로 확정됐다. 경선에 참여했던 한 여성후보는 "당내 인맥과 돈,지구당 위원장의 입김에 따라 후보가 결정돼 여성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성순 지방자치위원장은 "당이 대선후보의 국민참여경선제를 만드는 데 힘쓰느라 기초단체장 선출방법에 신경쓰지 못했다"면서 "지방선거가 끝나는대로 지구당 민주화 방안을 비롯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기초단체장 경선에 일반당원과 지역주민의 참여를 대폭 늘려 지구당 위원장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