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가 계보다 훨씬 낫네 .. 주부들 株테크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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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곗돈 붓는 대신 주식투자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것 아세요?'
서울 사당동에 사는 주부 김지영씨(33).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50만원씩 내던 동네 아줌마들과의 '친목계'를 그만두고 홈트레이딩을 이용,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 장세를 연출하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종잣돈은 1천만원.
'주식투자는 여윳돈으로 해야 한다'는 남편의 충고를 귀담아들은 그는 '판'을 크게 벌이지는 않기로 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4살배기 딸이 놀이방에 가 있는 여유시간을 활용하고 싶긴 한데 섣불리 달려들었다 망칠까봐 겁부터 났다.
우선 모 증권사에서 일하는 남편 친구 P씨에게 조언을 구했다.
P씨는 비과세 등 여러가지 혜택이 주어지는 근로자주식저축에 5백만원을 넣고 나머지 5백만원은 일반계좌를 터서 직접 운용해 보라고 충고했다.
김씨는 불안한 마음에 일단 증권사에 위탁매매를 맡기다가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매매하라는 P씨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증권사 지점을 찾아 계좌를 개설한 후 HTS를 할 수 있는 ID와 비밀번호를 만들었다.
집에도 준비태세를 갖췄다.
PC를 거실로 꺼내고 그 옆에는 남편 노트북을 놓았다.
증권사의 사이버트레이딩 홈페이지에서 HTS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아 PC와 노트북에 깔고 열심히 사용법을 익혔다.
경제 전반과 증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경제신문 구독도 신청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금.
두대의 컴퓨터 사이에서 그는 증시가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누구보다도 바쁜 주부가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국경제신문부터 손에 쥔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뉴스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을 통해 해외증시 동향도 훑어본다.
그러고나면 오전 7시.
남편 출근준비를 도와주고 딸아이를 놀이방에 보낸다.
8시30분쯤 됐을까.
머그컵에 커피를 가득 담아들고는 HTS에서 시황성 뉴스와 그날 나온 증권사 리포트를 체크하면서 '워밍업'에 들어간다.
장이 시작되면 한쪽 PC모니터에는 주식 시황을 띄워 놓고 노트북으로는 주문을 내고 있다.
증권 동호회에 참여,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
물론 장중 내내 매수 매도 주문을 반복하는'데이트레이더' 흉내는 절대 내지 않는다.
그가 1주일에 매매하는 횟수는 많아야 2∼3번.
우량주에 투자해 중장기적으로 보유한다는 투자철칙도 지킨다.
근로자주식저축에 3종목, 일반계좌에선 2종목을 굴리고 있다.
수익률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장이 좋았던 3월에는 40%까지 올랐었지만 지금은 14% 수준.
물론 낭패를 본 경험도 있다.
지난해 말 배당투자를 한답시고 가스주를 샀다가 손해를 보기도 했다.
다행히 배당금을 받아 손해를 어느정도 상쇄했지만.
김씨는 요즘 장이 출렁대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보유종목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어느정도 현금을 보유해 둘 필요가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코스닥 한 종목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연말에 수익률이 어느정도 나면 시어머니에게 안마기도 사드리고 더 크게 오르면 딸아이에게 피아노를 사 줄 계획이다.
혹시 원금을 까먹더라도 마음 쓸 것 없다는 남편의 격려를 들으니 더 힘이 난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