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외부에는 세계 최고의 국민소득과 삶의 질을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봉급으로 각종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주민이 갈수록 증가하는 등 `풍요속의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스위스 노조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독립자선단체인 스위스노동협회(SAH)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스위스 국민 11명중 1명은 최저 생활유지에 필요한 소득수준인 '빈곤선(poverty line)'에 못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AH는 지난 12개월동안 근로빈곤층이 53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고 스위스국제방송이 전했다. 또한 스위스 여성의 18%는 두자녀 이상을 돌보고 있는 이혼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봉급은 `빈곤선'인 3천프랑(1천800달러)에 미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에 발표된 스위스 연방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빈곤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계층은 대가족, 홀로 생계를 꾸리는 부모, 초등교육 밖에 받지 않은 근로자와 자영업자들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취리해에서 실시된 다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근로빈곤층에 합류할 위험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SAH의 브리지트 스타이멘 국장은 스위스에서 빈곤문제를 대처함에 있어 최대 장애물은 문제의 본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이멘 국장은 "거리에 나가면 걸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빈곤문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가난이라는 자체가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사람들은 이를 감추고 국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매우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스위스는 천국도 아니며 가난이 존재하지 않는 일부 특수한 국가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또한 빈곤퇴치를 위한 입법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여성 국회의원인 레지나 애플은 "스위스가 매우 잘 사는 나라인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인구의 3%가 국부(國富)의90%를 장악하고 있으며 나머지 97%가 3%의 부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스타이멘 국장은 최근 2년전까지만 해도 빈곤에 관한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로 인식돼왔지만 점차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계획을 확대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AH는 정부가 농업보조금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교육에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시정을 요청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