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를 현금으로 결제하시면 10% 깎아 드립니다." 경기도 과천의 B치과를 7일 찾은 김모씨(33)는 현금 지불을 종용하는 간호사의 말에 지갑에서 꺼냈던 신용카드를 다시 집어 넣었다. 김씨는 "의도는 수상하지만 일단 10%를 할인해준다는데 카드로 결제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의원 입구에 '신용카드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는 뭐하러 붙여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용카드가 일선 병.의원에서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세청과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들이 내놓는 카드 결제 활성화 대책의 '약효'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현재 병원급이상 의료기관의 신용카드 결제율(진료건수 기준)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10건의 진료중 1건 정도만 신용카드로 결제된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는 비교적 덩치가 큰 병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동네의원급의 신용카드 실적은 통계가 거의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는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의료정책과 이유찬 사무관은 "건강보험 비급여항목이 많은 성형외과 안과 치과 한의원 등에서 신용카드 기피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카드 결제 비율을 높이기 위한 행정기관의 노력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의사들이 소득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 3월 성형외과 안과 치과 한의원 등을 대표적인 신용카드 기피업체로 지목하고 해당전공 의사협회와 공동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키로 했다. 복지부도 병.의원 및 약국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0.4%포인트 가량 인하하는 방안을 국민카드와 협의해 마련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의료관련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성형외과 치과 등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는 진료가 많은 의원들의 경우 카드 결제가 보편화되지 않는 한 정확한 소득 파악은 불가능하다"며 "카드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이 하나의 방법은 되겠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