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탈(脫)DJ화'를 돕는 동시에 지방선거 및 대통령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다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탈당 배경=청와대측이 밝힌 탈당의 이유는 "국민들에게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면전환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각종 게이트의혹과 3남 홍걸씨를 비롯한 세아들 문제 등을 정리하고,새로운 국면에서 국정을 이끌어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야당시절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이 검찰에 소환돼 구속수감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권 전 고문이 구속수감된 것은 각종 게이트의혹은 물론 아들문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이 세아들과 권 전 고문 등 권력핵심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의 정리와 함께 민주당을 떠나는 게 노무현 후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정 정책조율시스템 바뀌나=청와대측은 "김 대통령이 탈당하더라도 국정운영이나 당정 정책조율 시스템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탈당한 이상 민주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이근식 행정자치부장관,방용석 노동부장관, 김동태 농림부장관, 유삼남 해양수산부장관, 한명숙 여성부장관 등도 일제히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민주당과의 고위당정회의가 폐지되었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는 정책사안별로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동등하게 당정협의를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으로 인한 시비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다. 김 대통령은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 중립내각으로서 모양새는 갖췄다고 보고 탈당에 따른 개각은 단행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반응=야당은 비리정국을 미봉하기 위한 '위장탈당'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여당은 대통령 탈당이 반복되는 한국 정치문화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들들의 비리를 덮고 민주당의 재집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위장탈당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끊임없이 차별화문제를 고심해야 하는 한국 정치현실을 불행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명식 부대변인은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한나라당이 '위장탈당'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을 어떻게든 정쟁에 끌어들이려는 비열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