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칼럼 '박성희의 괜찮은 수다'] 셔츠와 타이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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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후배에게 "잔인한 4월이 지나갔다"고 말했더니 "그래요? 제 와이프는 5월이 잔인한 달이라는데요" 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이어지는데다 시어머니 생신까지 5월이어서 힘들어 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보니 5월엔 정말 챙겨야 할 날이 많다.
성년의날(20일)도 있고.여성들은 무무슨무슨 날이 다가오면 걱정부터 생긴다.
"뭘 먹을까,선물은 어떤 게 좋을까" 내 생각엔 남자용(남편 포함) 선물론 넥타이나 와이셔츠만한 게 없다 싶다.
잘만 고르면 오랫동안 선물한 사람의 정성을 떠올리게 할 수 있으니까.
내 경우 넥타이는 되도록 수입품을 선택한다.
국산 넥타이는 5~8만원인데 비해 수입품은 13~20만원으로 비싸지만 무늬와 색깔,맸을 때의 모습이 보기 좋은 만큼 눈 딱감고 사는 것이다.
특히 페라가모와 헤르메스 제품을 선호한다.
폭이 넓지 않고 무늬와 색깔이 잔잔해 받는 사람 대부분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구치나 제냐 제품은 너무 넓은데다 색상과 무늬가 대담해 한국남자들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줄무늬로 유명한 버버리 넥타이는 젊은 층엔 괜찮지만 중년이상에겐 다소 가벼워 보인다.
색상은 작은 프린트 무늬가 있는 파란색이나 자주색을 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민주당 대선후보 자유경선 때 노무현 이인제 정동영 후보까지 한결같이 유니폼처럼 감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맨 데서도 알 수 있듯 실제 한국남자 대부분이 감색이나 회색 양복에 파랑 아니면 빨강색 넥타이를 매는 까닭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넥타이에도 유행이 있고 남다른 멋을 부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지난해엔 세계적으로 초록색 넥타이가 떴고 김대중 대통령도 거의 1년 내내 청록색 넥타이를 맸다.
올해는 노란색이 유행한다고 하거니와 삼성카드 광고의 정우성이 맨 티파니블루 타이(던힐)도 눈에 띈다.
티파니블루는 티파니의 상징인 하늘색에 광택이 곁들여진 것으로 수입브랜드에 많지만 막상 매면 효과가 덜할 수도 있다.
파스텔톤이 어울리기 힘든 피부색 탓이다.
넥타이와 달리 와이셔츠는 국산 기성복을 구입했다.
가격차가 큰 데다 넥타이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소매끝 "ㄱ"자 부분을 사선으로 자르거나 앞가슴 주머니를 없앤 것,단추를 안보이게 만든 것도 있다.
재질도 면 마 모 견 합섬등 여러가지고 색상 또한 같은 흰색이라도 짜임과 무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문제는 국산 기성품의 경우 마음에 드는 걸 고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색깔이 괜찮으면 깃 모양이 마음에 안들고,깃이 예쁘다 싶으면 색상이 아니다.
재질이나 무늬에 따라 다림질이 제대로 안되는 것도 많다.
순면은 괜찮다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뿐이랴.목둘레와 소매기장 별로 다양하던 사이즈를 95,100,105 식으로 단순화한 곳이 많아져 골탕을 먹는다.
같은 100이라도 브랜드 별로 크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인지 맞춤 와이셔츠파가 늘어난다는 소식도 들린다.
기성복의 경우 7~8만원이지만 맞춤셔츠는 10만원 안팎짜리부터 수입품 수준인 30만원짜리 있다.
비싸도 몸에 맞고 촉감도 좋은 걸 입는다는 얘기다.
"컬러 비즈니스(오늘의 책)"의 저자인 앨린 매튜와 미미 쿠퍼는 "영 안어울리는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걸치고 마케팅이니 소비자 만족이니 하는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형편을 무릅쓰고 와이셔츠도 업그레이드해야 하나,고민이다.
본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