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밥 삼아 살아왔다." "지금 못만났으면 아마 '넋새'가 돼 울고 다녔을 것이다."


북녘의 남편과 반세기만에 만나 그동안 맺힌 한을 토로하는 할머니.북에 남겨뒀던 '핏덩이'같던 아들이 반백이 돼 나타나자 할말을 잊고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는 아버지.


이번에도 감격과 눈물의 휴먼드라마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지난달 28일부터 금강산에서 두차례로 나눠 실시되고 있는 4차 이산가족 상봉은 저마다 애달픈 사연들로 오열의 바다를 만들었다.


그래도 이들 상봉자는 혈육을 만날 수 있었다는 자체가 행운이었다.


이들이 상봉하는 기쁨 뒤편엔 부모와 자식,형제들과의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에 상봉신청을 한 사람은 10만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이 고령자여서 그들에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러나 2년간 네 차례에 걸쳐 북측 가족을 만난 사람은 고작 2천여명에 불과하다.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생전에 이들 모두가 헤어진 가족을 만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4차 상봉이 지난해 10월로 예정됐다 6개월 연기된 사이에 방북자 명단에 포함된 사람 가운데 노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여럿이다.


또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상봉 길'을 나설 수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팔순의 한 이산가족은 "이제 살날이 얼마나 남았나.


상봉신청을 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경쟁률이 워낙 높아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도록 남북당국이 서둘러야 한다"며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는 장소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남측은 경의선 연결지점에,북측은 금강산을 고집해왔다.


상봉일정도 남북간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


4차상봉이 연기됐던 것이 단적인 예다.


남북은 이번 금강산행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상봉문제를 논의한다고 한다.


상설면회소 설치,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서신교환 확대 등 제도적인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 상봉을 눈앞에 두고 안타깝게 눈을 감는 이산가족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