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위로도 못받는 LA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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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로스앤젤레스를 찾았다.
1992년 발생한 'LA 폭동 10주년'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부시는 방화와 약탈의 중심지였던 사우스 LA지역에 있는 교회에서 각계 지도자를 대상으로 연설하고,흑인 히스패닉 한인 등 20여명의 지역 대표들과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부시는 폭동 상처 치유와 가난 퇴치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시의 이번 방문에 대해 LA 한인사회는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LA 폭동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교포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LA 폭동은 경찰이 '로드니 킹'이란 흑인청년을 집단 구타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에 항의하기 위한 흑인들의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져 약탈과 방화가 자행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포들이 운영하는 3천여 업소가 파괴돼 4억달러 상당의 재산을 날리는 피해를 봤다.
부시는 피해현장인 코리아타운을 방문하거나 한인 피해자를 위로하지 않았다.
한인 피해에 대해 그는 "찰스 김 한미연합회 사무국장이 한인 기업가들의 꿈이 무너졌다고 하더라"면서 "(그때) 많은 희망이 사라졌다.
폭력과 무질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약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고 선문답식의 얘기를 했을 뿐이다.
행사에서도 한국교포들은 소외됐다.
대통령 연설에 초청받은 3백여명 가운데 한인은 하기환 LA 한인회장 등 3명에 불과했다.
또 토론회에 참가한 20여명 중 한인은 찰스 김 한미연합회 사무국장 한명 뿐이었다.
연설에 초대받은 한인들은 한인 소외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A 한국교포들은 "한인 사회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소수계 중의 소수'인 한국교포사회의 지위가 낮아 정치권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란 것이다.
LA 한국교포들이 부시의 코리아타운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교포들의 지위는 아직 '피해를 보고도 위로조차 받지 못하는 형편'인 것 같다.
로스앤젤레스=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