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금감원의 '同語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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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모양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사흘이 멀다하고 신용카드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는데 대한 원성(?)어린 하소연이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3주새 신용카드와 관련된 보도자료만 5건을 쏟아냈다.
주로 카드사가 잘못하고 있어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었다.
신용카드사들이 억울해 하는 것은 이들 자료 중에 이미 발표한 내용의 재탕이거나 카드사에 불리한 일부 수치만을 일부러 부각시킨 듯한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 29일 금감원이 낸 '2001년 민원처리 결과'가 대표적이다.
자료는 카드관련 민원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반기부터 금융사 민원평가 대상에 카드사도 포함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그런데 이 자료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불과 나흘전인 25일 배포한 자료에서도 금감원은 올해 1.4분기 금융분쟁에서 카드관련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이나 늘었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점잖게 표현하면 '동어반복'이고 속되게 말하자면 '깐 이마 또 까는'식이다.
이보다 좀더 앞서 발표된 '신용불량자 현황'에 대해서도 카드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자료에서 LG 삼성 외환 등 전업계 카드사들이 올들어 카드업체중 신용불량자 등록순위 1∼3위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회원수 상위업체가 신용불량자를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신용불량자 절대수는 많지만 회원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은행권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다.
최근 신용카드 남용으로 인해 여러가지 사회적.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위규행위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것도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복되는 자료나 일부분을 확대 해석한 자료를 내가며 '여론재판'식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은 감독당국의 정도(正道)가 아닐 것이다.
박해영 경제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