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후보수락연설 등에서 밝힌 집권 청사진은 한마디로 개혁과 통합으로 압축된다. 각 부문의 개혁성 강화를 위해 개혁세력을 하나로 묶는 작업에 나서는 동시에 지역분열과 빈부격차,노사대립 등 경제·사회적 갈등을 극복,통합시키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이다. ◇정계개편 추진=노 후보는 "지역분열의 정치때문에 흩어진 개혁세력을 하나로 뭉쳐내야 하며 이 역사적 과업을 꼭 해낼 것"이라고 강조,자신이 민주세력을 결집시키는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그동안 '신(新)민주대연합론'에 따른 정계개편을 주장해왔다. 구상의 요체는 동교동계(김대중 대통령)와 상도동계(김영삼 전 대통령),과거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던 재야세력을 한데 묶는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 주변에서는 노 후보가 이미 한나라당 부산 경남(PK)지역 출신의원과 수도권 재야출신 의원들과의 접촉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개혁성향의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후보가 29일 김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이어 30일 김 전 대통령을 면담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김 전대통령은 "노 후보와의 회동에서 여러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비전=노 후보는 '겸손한 대통령론'을 토대로 개혁과 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는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지도자'가 되겠다면서 "국민이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있겠으며,열린 자세로 일하는 민주적인 리더십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후보는 "안정된 경제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면서 △경제성장과 분배의 조화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완화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안정 등을 실현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물류·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만들겠다"며 이를 위한 3대 국정운영 과제로 △정치개혁 △원칙과 신뢰 △국민통합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하는 핵심전략은 원칙을 세우고 신뢰를 다지는 일"이라면서 "노사분쟁을 외면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노사화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